"분진 피해 지속 우려"…'쿠팡 물류센터 화재' 대피 주민들 발 동동
물류센터 인근 90세대 169명 초등학교로 대피
"마스크 들고 집집마다 뛰어"…자차·택시로 고령 주민 대피 도와
- 박소영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20일 인천 서해구 신현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늦은 밤 긴박하게 대피한 주민들의 얼굴엔 여전히 긴장감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서해구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대피한 지역 주민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총 90세대 169명이다. 현재 46세대 76명은 신현초등학교, 44세대 93명은 신현북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신현초에서 만난 동남아파트 통장인 김영순(69) 씨는 대피령이 내려지자 동대표들과 함께 마스크를 나눠주고 주민들을 직접 대피소로 안내했다고 전했다. 동남아파트가 위치한 일대는 원도심에 속해 고령 주민 비중이 높은 곳이다.
김 씨는 "관리실 방송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 어르신들에게 마스크를 씌워드리고 빨리 대피하라고 집마다 찾아다녔다"며 "거동이 불편하거나 차량이 없는 주민들은 주민들과 함께 직접 차에 태워 대피소까지 모셔다드렸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김 씨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옆에 있던 주민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당시를 떠올렸다. 주민들은 "통장님과 동대표들이 아니었으면 어르신들이 제때 대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정말 고생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씨는 "목이 아프고 머리가 멍한 느낌이 계속 든다. 그래도 주민들이 무사한 게 가장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피소에 모인 주민들은 자원봉사자들이 건네준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소식을 주고받았고, 일부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화재 진압 상황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불이 난 물류센터 인근 주택에 거주하는 박성용 씨(50대)는 "처음에는 금방 불이 꺼질 줄 알았다. 대피 문자를 받고도 집에 있었다"며 "하지만, 문을 열면 분진이 들어오고 창문을 닫아도 냄새가 올라와 머리가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 학교와 돌봄교실, 학원까지 모두 쉬면서 아내와 저 둘 중 한 명은 연차를 내 아이를 돌봐야 했다"며 "불이 꺼지더라도 분진 피해가 계속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한 주민은 이날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부업거리를 가져와 작업을 이어가기도 했다. 김영분 씨(68)는 "밤늦게 집에 잠깐 들어갔는데도 (화재로 인해) 공기청정기에 계속 빨간불이 들어왔다"며 "차에도 그을음이 내려앉아 세차를 해야 했다. 언제쯤 마음 놓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8일 오전 6시 54분쯤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제32물류센터 6층에서 발생했다. 불길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서해구는 전날 오후 11시쯤 상황판단회의를 거쳐 물류센터 반경 116m 이내 주민들에게 선제적으로 대피를 권고했다. 또 인근 어린이집 31곳과 초등학교에 대해 하루 휴원·휴교령을 내렸다.
imsoyo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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