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짜 평면에 높은 랙 '빽빽'…쿠팡 화재 '장기전' 만든 건물 구조

이틀째 이어진 진화 작업…3단 랙·다량 가연물에 진입 난항
5년 전 덕평 참사 반복됐나…화재 후 합동감식서 규명 예정

19일 오전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압을 하고 있다. 전날 오전 6시 54분쯤 발생한 화재는 24시간을 넘긴 이날 오전까지 꺼지지 않고 있다. 2026.7.19 ⓒ 뉴스1 김진환 기자

(인천=뉴스1) 유준상 기자 = 인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진화 작업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물류창고 특유의 구조가 진화를 장기화한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축구장 42개에 달하는 넓은 공간에 높은 선반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종이상자와 플라스틱 등 가연물이 대량 적재돼 있어 소방대원의 진입은 물론 소화용수의 침투까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19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이 난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는 연면적 약 29만9000㎡, 지상 8층 규모다.

6층에서 시작된 불은 건물 외벽을 타고 7층까지 번졌다. 소방당국은 6·7층의 불을 끄는 동시에 불길이 5층으로 내려붙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진화를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물류창고 내부 구조가 꼽힌다. 불이 난 6·7층은 층별 면적만 2만여㎡에 이르는 넓은 공간이다. 층고 약 10m의 창고 안에는 높이 8m 안팎의 3단 랙이 설치돼 있다.

랙마다 생활용품과 종이상자, 비닐·플라스틱 포장재 등 불에 타기 쉬운 물품이 빈틈없이 쌓여 있다. 한 번 불이 붙으면 선반과 적재물을 따라 빠르게 번지는 데다 적재물 깊숙이 불씨가 남아 겉불을 잡고도 다시 타오를 가능성이 크다.

전재인 인천서부소방서 119재난대응과장은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3단 랙 구조에 다량의 가연물이 적재돼 있어 고온의 농연이 발생하고 있다"며 "내부 시야 확보와 소방대원의 진입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랙 사이의 좁은 통로도 진화를 가로막고 있다. 선반 사이 통로 폭이 약 1.3m에 불과해 대원들이 무거운 장비와 소방호스를 끌고 이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불에 약해진 랙이 무너지면 통로 자체가 사라지거나 새로운 장애물이 생긴다.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선반과 쏟아진 물품을 치우면서 동시에 물을 뿌려야 해 진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물류센터 특유의 넓은 '통짜 평면'도 화재 확산과 장기화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일반 건물처럼 공간이 작은 단위로 나뉘지 않고 넓은 창고가 하나로 이어져 있어 불이 주변 적재물과 랙을 타고 확산하기 쉽다는 것이다.

허석경 인천서부소방서장은 "이번 화재는 6층 내부 깊숙한 곳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창고형 건축물은 발화 지점이 안쪽일 경우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연로봇도 투입했지만 건물 규모가 크고 연기량이 워낙 많아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쿠팡 물류센터 내부에 박스들이 높게 쌓여 있다. / 뉴스1 ⓒ News1

스프링클러의 초기 진화 효과도 향후 조사해야 할 부분이다. 소방당국은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분사된 사실은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천장 가까이까지 쌓인 적재물이 물줄기를 가로막아 소화용수가 불이 난 지점까지 충분히 닿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기 등 소방시설이 정상적으로 유지·관리됐는지도 합동감식에서 확인할 사안이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램프구역인 화물차 진출입로에 굴삭기 2대와 소방대원 18명을 투입해 이른바 '파괴 작업'에 나섰다. 벽체와 장애물을 제거해 내부 연기를 빼내고 소화용수를 뿌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고가·굴절차를 탄 소방대원들도 건물 외벽 일부를 파괴하며 배연·방수 공간을 만들고 있다. 외부에서 건물 안쪽으로 물을 뿌리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깊숙한 곳까지 소화용수를 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5년 전 덕평 참사 때도 나온 '메자닌' 논란 다시 고개

이번 화재를 계기로 2021년 경기 이천 덕평 쿠팡물류센터 화재 당시 불거진 '메자닌' 구조 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메자닌은 높은 층고를 활용해 선반 위에 복층 형태의 작업·적재 공간을 설치한 구조를 말한다. 덕평 화재 당시에도 겹겹이 쌓인 가연물과 넓게 이어진 내부 공간이 불길 확산과 진화를 어렵게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에 불이 난 6층도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문제가 된 메자닌 구조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메자닌 구조가 화재에 취약하고 건축법령상 작업공간으로 사용할 경우 불법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도 쿠팡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이를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소방당국은 현재까지 화재 현장의 정확한 내부 구조와 최초 발화 지점에 대한 조사를 마치지 못했다. 3단 랙이 건축법령상 메자닌에 해당하는지, 해당 구조가 실제 연소 확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의 정상 작동 여부와 적재물이 초기 진화에 미친 영향, 내부 방화구획의 적정성 등은 불을 완전히 끈 뒤 진행될 관계기관 합동감식에서 규명될 전망이다.

yoojoons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