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처럼 화장품도 주권을"…연구직 내려놓은 '서호랩'의 도전

편집자주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인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도내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과원의 각종 지원 정책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도내 기업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들어본다.

이소희 ㈜서호랩 대표가 31일 경기 부천 테크노파크에서 자체 개발 상품 '스킨온유'(SKIN ON YOU)를 들어보이고 있다./뉴스1

(부천=뉴스1) 이시명 기자 = "식량주권이 있듯, 화장품도 주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과감히 연구직을 내려놓았습니다."

31일 화장품 원료 자체 개발·상용화 전문 기업 ㈜서호랩의 이소희 대표(35)는 창업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대표는 2023년 7월 회사를 설립하기 전까지 약 8년간 화장품 제조기업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안정적인 연구직을 떠나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당시 글로벌 물류망이 흔들리면서 화장품 원료 수입이 원활하지 않자, 산업 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도 화장품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식물이 많지만, 프랑스 해안송 등 해외 원료 의존도가 높아 업무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언젠가 또 다른 팬데믹이나 공급망 위기가 닥친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국산 원료를 기반으로 한 화장품 생태계가 자리잡아야 K-뷰티 산업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원료 단계부터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킨온유(SKIN ON YOU) 제품 사진/㈜서호랩 제공

서호랩은 국내에서 재배한 흰목이버섯, 소나무, 어성초 등 식물성 원료를 추출해 화장품 원료로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완제품까지 선보이고 있다.

창업 초기에는 외부 브랜드 주문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는 OEM·ODM 방식에 주력했지만, 최근에는 자체 개발 제품이 시장에서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앰플 제품 '스킨 온 유(SKIN ON YOU)'는 입소문을 타며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서호랩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서호랩은 내년 1~2월 샴푸·린스·보습크림 등 신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올해 약 10억 원 수준인 매출 목표도 내년에는 14억 원으로 상향 설정했다.

이 대표는 중국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을 넘어 북미·남미·유럽 등으로 수출 시장을 확대한다는 구상도 밝히고 있다.

그는 "언젠가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화장품 거리 전광판에 서호랩 제품이 걸리는 날을 꿈꾸고 있다"며 "그 목표를 향해 팀원들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소망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 등 유관기관의 지원도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서호랩은 현재 경기 부천테크노파크에 입주해 연구·사업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저 역시 많은 도움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며 "회사가 더 커지면 사회공헌 활동도 함께 확대하고 싶다"고 웃었다.

최근 초록우산 경기북부지역본부가 운영하는 '산타 소원상점' 후원자 명부에 이름을 올린 그는 "작은 나눔이지만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기쁘다"며 "기업 성장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민하는 회사를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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