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공개 질책받은 인천공항 이학재, 임기 채울 수 있을까

민주당은 사퇴 압박, 이학재는 "임기 보장" 맞서
과거 사장들 줄줄이 중도 퇴임…시장 출마하려면 90일 전 사퇴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6일 인천국제공항공사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16/뉴스1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책갈피 외화 불법 반출' 공개 질책이 정치권 공방으로 번지면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공항 보안과 외화 반출 관리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진 만큼, 공항공사 수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당사자인 이 사장은 사퇴 요구에 선을 긋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사장 임기는 3년으로, 이 사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20일 정계 등에 따르면 이 사장이 평소 공기업 수장의 임기 보장을 강조해 온 만큼, 이번 사퇴 요구에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 사장은 지난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외화 불법 반출 단속과 관련해 "전수조사는 실질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외화반출 업무는 정확히 구분이 돼 있기 때문에 관세청 세관 업무인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임기가 정해진 자리에 있다"며 "다른 생각은 해본 적이 없고 드릴 말이 없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논란 전인 지난 7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잔여임기 수행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당시 "공기업의 안정을 위해서는 임기가 보장 돼야 예측 가능한 경영이 가능하다"면서 "정치적 이유로 부당하게 공기업 사장 임기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국민에게도 안 좋다"고 말했다.

다만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둘러싼 과거 전례를 보면, 임기 완주가 쉽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가운데 임기를 끝까지 채운 사례는 1~4대에 그쳤고, 이후에는 정권 교체나 정치·인사 논란 속에서 중도 퇴임이 반복돼 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정창수·박완수 전 사장은 정치권 진출로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박 정부 말 임명돼 3년 이상 재임한 정일영 전 사장은 임기 만료 전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구본환 전 사장은 해임과 복귀를 거친 뒤 다시 퇴임했으며, 김경욱 전 사장도 정권 교체 이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사장이 내년 지방선거 인천시장 후보로 분류되는 만큼 임기 만료 직전 사퇴하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공직자가 출마하려면 선거 9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이 사장은 18~20대 국회의원을 지낸 보수진영 출신 인사다. 이 사장은 인천시장 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그는 2014년부터 줄곧 인천시장 출마에 도전장을 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인천공항의 외화 불법 반출 관리 책임과 관련해 "관세청이 공항공사에 양해각서(MOU)를 맺고 1만 달러 이상 외화 검색을 공항공사가 대신 하기로 했다"고 언급하며 이 사장을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공항공사와 관세청 간 MOU는 협력 의사를 밝힌 문서일 뿐 법적 책임을 수반하는 위탁 계약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국회의원(인천 연수을)이 공개한 공항공사와 인천공항세관 간 양해각서에는 세관 신고 대상 물품 및 검색 범위에 미화 1만 달러 초과 외화가 포함돼 있어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