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BJ 알게되고 제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졌어요"
- 이시명 기자
(부천=뉴스1) 이시명 기자 = "부천의 인터넷방송인(BJ)을 알게되고 제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졌어요."
인천 부평구에 거주하는 여성 A 씨(40)는 23일 자신이 상담받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기록부와 약봉지를 조심스레 꺼내 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부천 BJ로 활동하는 B 씨가 제 사진과 개인 신상은 물론 사업장 주소지까지 방송에서 공개해 버렸다"며 "그 이후 하루하루를 지옥처럼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A 씨가 B 씨의 방송을 처음 접한 건 2023년 3월 말. 유튜브에서 '부천 집값'을 검색하다 우연히 B 씨의 방송을 보게 됐다고 한다.
"유기견을 돌보고 있다"는 B 씨의 말이 A 씨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는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여러 차례에 걸쳐 약 40만 원을 자발적으로 후원했다.
그러던 같은 해 4월 초 A 씨는 B 씨를 직접 만나면서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틀어졌다. 그 자리에서 B 씨가 제안한 것은 '후원 조작'이었다.
후원 조작은 도네이션 플랫폼 '투네이션'을 이용한 방식이었다. A 씨가 일정 금액을 후원하면, B 씨가 같은 금액을 돌려줘 손실을 메우는 식으로 랭킹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시청자를 유인하는 수법이었다.
A 씨는 "저도 잘못된 방식이라는 걸 알았지만, B 씨가 부탁하니 거절을 못했다"고 털어놨다.
A 씨가 후원 조작 과정에서 돌려받지 못한 80만 원을 요구하자 B 씨의 태도는 급변했다.
B 씨는 2023년 4월 19일부터 최근까지 장기간 실시간 방송에서 A 씨를 향해 'XX 년', '레즈비언' 등의 모욕적인 표현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A 씨가 운영하는 사업체 상호, 남자 친구의 실명과 얼굴 사진까지 공개하며 약 100명의 시청자들에게 조롱과 비난을 부추겼다고 했다.
A 씨는 "B 씨를 알기 전엔 남자 친구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정신과 약을 먹으며 하루를 버티는 처지라 결혼도 끝없이 미뤄지고 있다"고 울먹였다.
이어 "운영하던 파충류 펫샵 사업장까지 공개돼 고객이 끊겼고, 2억 원 이상 됐던 연 매출은 0원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극단적 선택 시도도 여러 번 할 정도로 제가 쌓아온 삶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사이버 불링'(인터넷상의 집단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A 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B 씨를 모욕과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과 검찰 조사 끝에 B 씨는 기소됐고, 수원지법에서 재판받고 있다.
이와 관련 B 씨는 "A 씨의 일방적인 주장인 허위사실이다"며 "A 씨도 내게 모욕을 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성민 변호사는 "1인 방송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개인의 발언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며 "그러나 현행 법률의 처벌 수준은 이러한 변화 속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맞는 법·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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