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센터서 칼 휘두르는데…요양보호사 평균 '55세'

입소자 대부분 우울증·공황장애·치매…처참한 돌봄 역부족 실태

인천의 한 돌봄센터(인천시교육청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인천=뉴스1) 유준상 기자 =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도시 중 하나인 인천에서 정신적·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이 늘어나면서 단순한 생활 돌봄을 넘어선 공공 차원의 '고난도 사례관리'가 절실해지고 있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은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돌봄서비스 고난도 사례 기준과 관리 체계 마련을 내용으로 하는 '공공돌봄 사례관리 연구'를 중간보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사회서비스원은 인천 부평·강화·미추홀 종합재가센터 3곳의 사례를 분석했다.

2022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3곳 센터의 고난도 돌봄 대상자로 분류된 178명 사례를 들여다본 결과, 여성·1인 가구 비율이 높고 주보호자가 없는 경우가 80%에 달했다.

정신질환으로 우울, 자살 충동, 공황장애, 치매를 겪는 경우가 많았고, 낙상 위험·당 쇼크·뇌전증 발작 같은 신체적 위험까지 겹쳐 있었다. 폭언·칼 휘두름·음담패설 등 도전적 행동도 나타났다.

특히 집중 분석 대상이 된 14명의 사례는 심각성이 더했다. 조현병을 앓는 한 이용자는 투약 관리에도 불구하고 집기를 부수고 칼을 휘두르며 폭력적 행동을 보였다.

또 다른 부부는 각각 중증 치매와 청력 상실·초기 치매를 겪고 있었는데, 주거 환경이 열악하고 가족의 지원이 없어 요양보호사가 농사일까지 대신해야 했다. 알코올 중독과 만성질환, 저장 강박, 가족 단절, 불안정한 정서가 겹친 사례도 있었다.

현장을 지키는 요양보호사들의 부담은 막대하다. 평균 연령 55세인 이들은 신체 돌봄뿐 아니라 위기 상황 대처, 생활 정비, 정서적 지지까지 담당한다.

연구를 맡은 서윤정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 성과는 인천뿐 아니라 민간 장기요양기관에도 적용 가능한 모델을 제시해 지역사회 돌봄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은 이번 중간보고를 토대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11월 최종 보고회를 열 예정이다.

yoojoons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