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성폭행 추락사…법원 "학교엔 손해배상 책임 없어"

인천 한 캠퍼스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가해자가 검찰 송치를 위해 22일 오전 인천 미추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2.7.22/뉴스1 ⓒ News1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대학 캠퍼스 안에서 남학생이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하다가 밀어 추락해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해 학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단 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민사16부(박성민 부장판사)는 피해자 A 씨(여) 유가족이 인천 모 대학교를 상대로 낸 4500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A 씨는 2022년 7월 15일 오전 1시쯤 이 대학교의 단과대학 건물에서 김모 씨(23)로부터 성폭행당하다 2~3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졌다.

김 씨는 당시 A 씨가 8m 아래로 추락하자 범행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119에 신고하지 않고 피해자 옷가지 일부를 둔 채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강간 등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며 김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1심 등 법원은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준강간치사죄를 적용했다. 대법원은 2023년 10월 김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 씨 유족들은 이후 김 씨와 학교 측을 공동 피고로 삼아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했고, 김 씨에 대한 청구는 올 3월 화해권고결정이 났다.

A 씨 유족 측은 재판 과정에서 "학교에서 발생하는 각종 위험으로부터 학생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안전관리계획을 시행해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범행을 막지 못했다"며 "망인이 건물에서 추락한 이후 행인에게 발견돼 응급실로 이송될 때까지 약 2시간 동안 노상에 방치되게 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또 "단과대 1층 출입구를 비추는 CCTV를 설치하지 않거나, 인근 CCTV가 이를 비추도록 하지 않아 위 지점에서 재난, 범죄 등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조기에 발견할 수 없는 상태에 뒀다"며 " 망인과 유족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입혔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은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학교 측과 계약을 맺은 전문경비업체는 사고가 발생한 단과대를 포함한 학교 내 주요 장소 17곳 주 출입구를 매일 9회에 걸쳐 순찰·점검을 실시하고 있었다"며 "주요 건물엔 학생증 등 신분증을 태그해 신분이 확인돼야만 출입이 가능하도록 했고, 위험 발생 가능성이 있는 장소들을 선별해 CCTV를 더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업체 측이 학교의 전체 구역을 실시간으로 감시함으로써 김 씨 범행을 예상하고 방지하거나 추락 사고 직후 내지 상당히 근접한 시간 내에 망인을 발견해 조치를 취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학교 측의 망인 사망에 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