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재석 경사 출동 당시 기본 지침도 무시…해경 내부 대응 논란

'파출소 현장업무 길라잡이' 전혀 준수 안 해
임무 분담·구조정 출항 없이 홀로 투입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혼자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재석 경사의 영결식이 진행된 15일 인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오상권 중부해양경찰청장과 동료 경찰들이 헌화 후 경례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9.15/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인천=뉴스1) 이시명 기자 =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홀로 구조하다 숨진 해양경찰관 이재석 경사(34)의 사고 당시 현장 대응 과정에서 기본 지침조차 지켜지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19일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이 해양경찰청으로 제출받은 '파출소 현장 업무 길라잡이'에는 연안 고립자 구조 시 대응 요령이 명시돼 있다.

파출소 현장 업무 길라잡이는 파출소 근무 경찰관이 현장 돌발 상황 발생시 확인해야 할 사항과 행동 지침을 담고 있다.

고립자 구조시에는 현장 상황을 고려해 필요 구조장비와 통신 장비를 지참한 뒤 연안 구조정을 출항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또 확인되는 정보 사항을 바탕으로 구조 방법을 결정하고, 팀 내 임무를 분담하라고 안내돼 있다.

사고 당시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당직 근무팀은 이러한 안내 사항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지난 11일 영흥파출소 근무일지와 무전 녹취 기록을 살펴보면 이 경사는 오전 2시쯤 드론 순찰업체의 '고립자 식별 확인' 요청을 받고 홀로 순찰차를 타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후 오전 2시 43분 이 경사는 추가 인력을 요청하며 "일단 한번 들어가 보겠다"고 A 팀장에게 보고했다.

지침대로라면 A 팀장은 즉시 다른 팀원과 임무를 분담한 뒤 구조 장비 지참과 함께 연안 구조정을 출항시켰어야 한다.

그러나 A 팀장은 "(쉬고 있는) 다른 팀원들을 깨워서 대응하자. 어떻게 생각해"라고 제안했을 뿐, 곧바로 "조심해서 가"라며 단독 진입을 승인했다.

이 경사는 홀로 갯벌에 진입했고, 약 20분 뒤인 오전 3시 6분 알아들을 수 없는 무전을 남긴 채 연락이 끊겼다. 같은 날 오전 3시 55분 드론에 이 경사의 마지막 모습이 포착된 이후 그는 실종됐다. 이 경사는 70대 고립자에게 자신이 착용한 구명조끼를 벗어 줬으나 거센 밀물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된다.

A 팀장은 오전 3시 30분쯤 인천 해양경찰서 등 상급 기관에 상황을 보고했으나, 이 경사는 약 6시간 뒤인 오전 9시 41분쯤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 일대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와 관련 A 팀장은 유족 측에게 "(이 경사가 홀로 들어가게 된 건) 일단은 안전에 큰 우려되는 상황은 없다고 판단했다"며 "재석이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제가 제대로 듣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 말을 들었더라면 추가 인원을 안 보낼 이유가 없는데"라고 덧붙였다.

해양경찰청은 현재 A 팀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검찰은 전날 해양경찰청과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에 대한 강제수사를 통해 규명 파악에 나선 상태다.

문대림 의원은 "이번 사건은 분명한 인재다"며 "철저한 검증을 통해 사실관계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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