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알바 갔다 화재 참사로 희생 고교생…'종업원'이라고 보상 제외

1999년 인천 인현동 상가 화재 때 사망…사회단체 등 "조례 개정해야"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인권운동공간 활 등 시민단체들은 7일 오전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구가 제정한 보상 조례에서 '종업원'이라는 이유로 피해자를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관련 조례 개정을 촉구했다.2025.8.7/뉴스1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똑같은 학생 신분으로 같은 날 사고를 당했는데, 내 딸이 왜 가해자입니까."

1999년 10월 30일, 인천 인현동 상가 화재로 57명이 숨지고 81명이 다친 지 26년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이가 있다. 바로 당시 아르바이트 중 숨진 고(故) 이지혜 양(당시 18세)이다.

사고가 난 호프집을 관리하던 종업원은 출입구 쪽으로 대피하려는 손님들로부터 술값을 받기 위해 철문 안쪽에 설치된 유리문을 닫아 버렸고, 이로 인해 이 양을 포함한 손님들이 사망했다.

이 양은 인현동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첫날 사고를 당했다. 대부분의 사망자처럼 이 양도 고등학생 신분이었지만, 종업원이었다는 이유로 관련 조례상 보상금 지급에서 제외됐다.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인권운동공간 활 등 시민단체들은 7일 오전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구가 제정한 보상 조례에서 '종업원'이라는 이유로 이 양을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관련 조례 개정을 촉구했다.

현재 '인천시 중구 인현동 화재사고 관련 보상 조례' 3조에는 실화자와 가해자, 종업원을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양의 어머니인 김영순 씨는 "일일 알바로 갔을 뿐인 아이인데 그 아이를 가해자로 몰아서 보상에서 제외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은 보상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인 우리 아이가 가해자가 돼버렸기에 아이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엄마가 나서지 않을 수 없다"며 "왜 우리 아이만 이렇게 억울하고 원통한 죽음을 당해야 하나"고 호소했다.

참사 당시 희생 학생의 담임이었던 하인호 교사도 "학생들은 단순히 불법 영업장에 있던 피해자였을 뿐, 누구도 책임이 없다"며 "이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 명확한 사회적 참사"라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인현동 화재사고의 가해자인 종업원들은 조례상 '인현동 화재사고의 실화자와 가해자' 부분에서 이미 보상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며 "그러므로 인권위원회에서 조례의 차별적 규정을 시정하도록 권고해 주실 것을 간절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구 관계자는 "해당 조례는 사실상 이미 폐지된 상태"라며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이 있어 조례를 폐지하지 않고 남겨뒀을 뿐, 개정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고 말했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