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떠는 피해자 신고만 의존한 경찰…그 사이 총기 살해범은 도주
경찰 "피의자가 도주했다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 박소영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인천 송도국제도시 총격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피해자의 신고에만 의존한 채 다른 정보는 활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29일 오후 인천경찰청 기자실에서 3차 브리핑을 열고 "신고 내용만으로는 피의자 A 씨(62)가 집 안에 있는 것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며 "신고자(피의자 며느리)와 3차례 통화하고 진입 전까지 문자 했는데, 피의자가 도주했다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공포에 떨고 있던 A 씨 아내 신고 외에 다른 정보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경찰은 "아파트 승강기 폐쇄회로(CC)TV가 고장나는 등 여러 이유가 있다"며 "신고자가 '빨리 들어와 달라'고 했고 몰래 들어가려고 했지만 창문이 잠겨 있었다"고 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인 20일 오후 9시 31분쯤 피해자 B 씨(33·사망)의 아내로부터 신고를 받은 뒤 '코드 0(매뉴얼 중 위급사항 최고 단계)'를 발령했다.
내부 매뉴얼상 상황관리관은 초동대응팀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 지휘관 역할을 수행하다가 주무과장이 도착하면 지휘권을 이양해야한다. 하지만 당시 상황관리관은 상황실에서 무전으로 지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관리관이 현장에 출동하지 못할 경우, 초동대응 팀원 중 선임자를 팀장으로 지정해야 하지만, 이 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 경찰은 "112 지령실에서는 상황관리관이 현장에 나간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오후 10시 29분쯤 상황관리관이 출동하지 않은 것을 인지하고는 출동하게 했다"고 했다.
경찰이 아파트 승강기 CCTV를 확인한 시점은 20일 오후 11시 18분이다. A 씨는 이로부터 1시간 37분 전인 오후 9시 41분쯤 아파트에서 나와 총기 11개를 실은 렌터카로 도주했다.
또 경찰은 신고 접수 약 70여분 뒤인 20일 오후 11시 9분쯤 피의자 A 씨의 위치추적 지령을 송도지구대에 내렸다. 이에 대해 경찰은 "피의자가 현장에 있다고 판단했고, 관련법에 따라 자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 시점에 위치추적 지령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A 씨가 자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기준에 대해서 경찰은 "이때쯤 신고자인 B 씨 아내와 직접 만났고, 자살 우려가 있다는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초동 대처 적절성에 대해서 경찰은 "현장 경찰관의 의견을 존중하고 싶다"며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상급 기관(경찰청)에서 조사 중에 있기 때문에 양해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
A 씨는 지난 20일 오후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 B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아파트 자택에 시너가 든 페트병·세제·우유 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를 설치해 폭발시키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imsoyo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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