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총격범이 쏜 사제총기는…"조악해 보여도 살상력 충분"

경찰 조사서 "유튜브에서 총기 만드는 법 배워" 진술

2016년 '오패산터널 총격' 사건에서 사용된 사제 총기를 수사관이 공개하고 있다. 당시 범인도 유튜브를 통해 해당 총기 제작방법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 News1 황기선 기자

(인천=뉴스1) 이시명 기자 = 경찰이 인천 송도에서 자기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이 사용한 사제 총기가 조악하다고 했지만, 살상력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쯤 인천시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A 씨는 아들인 B 씨(30대)를 향해 사제 총기를 발사했다.

격발 된 총알 3발 중 2발을 맞은 B 씨는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를 보여 출동한 소방 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유튜브에서 총기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A 씨는 금속 파이프 등을 활용해 사제 총기를 직접 제작, 범행에 사용했다.

이를 두고 경찰은 전날 "사실 A 씨가 다룬 장비가 조악해 총기라고 말씀드리기 어려울 정도다"고 설명했다.

다만 A 씨가 사용한 장비가 사람의 목숨을 해치기엔 충분한 힘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1일 총기사고가 발생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단지에 경찰 수사관들이 출동해 수습작업을 하고있다.2025.7.21/뉴스1 ⓒ News1 박소영 기자

2016년 오패산 총격 사건의 피의자인 성병대 씨(46)가 유튜브를 통해 제작·사용한 총이 충분한 살상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 실험을 통해 입증되면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성 씨가 사용한 총을 재현한 뒤 실험을 통해 1.1g의 화약을 넣으면 약 3m 거리에서 두께 47㎝ 젤라틴 블록 중 약 34㎝가량을 뚫고 들어가는 위력을 확인했다.

당시 실험을 맡았던 김동환 전 국과수 총기연구실장은 "어느 부위에 맞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심장이나 머리를 맞는다면 사람이 사망할 수 있을 정도다"고 밝혔다.

성 씨의 총은 25㎝가량의 쇠 파이프에 쇠구슬과 화약을 넣고, 연결된 심지에 불을 붙여 사용하는 화승총의 형태다. 파이프의 외경은 9㎜, 내경은 7㎜ 정도다.

경찰은 A 씨가 사용한 장비와 관련해 "손잡이를 당기면 일회용으로 쓰이는 쇠 파이프(총열) 안에서 화약의 힘으로 쇠구슬을 담은 산탄 총알이 물리적으로 발사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A 씨가 사용한 장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으나, 성 씨와 비슷한 총을 만든 뒤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살 사건의 40대 총격범도 유튜브를 통해 직접 제작한 쇠 파이프 산탄총을 사용했다.

A 씨는 이날 오후 2시 인천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A 씨의 혐의는 살인, 총포·도검·화약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폭발물 관리법 위반, 현주건조물 방화 예비 등이다.

A 씨는 자기 아들을 총으로 살해한 혐의에 더해 서울 도봉구 자택에 인화성 물질을 페트병 15개에 나눠 담아 전날 정오쯤 폭발하도록 점화장치를 설치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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