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헬기 계류장이 혐오시설?…인천 정치권 지방선거 앞두고 '기싸움'

인천시 닥터헬기(인천시 제공)2019.12.8/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인천시 닥터헬기(인천시 제공)2019.12.8/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하늘 위 응급실'로 불리는 닥터헬기가 인천에서 제 집을 찾지 못해 14년째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2021년 남동구 월례근린공원을 이전 대상지로 정하고 행정절차를 진행해 왔으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관련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1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시는 남동구 고잔동 626-7 월례공원 3440㎡ 땅에 닥터헬기 계류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닥터헬기 계류장은 부평구 일신동 주둔 제505항공대대와 함께 있다. 그러나 이곳은 임시 계류장으로 아파트와 가까운 탓에 그 이전을 요구하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관련 민원이 구체화한 건 2019년 1월이다. 당시 시와 국방부는 '도심 군부대를 재배치하겠다'며 인천의 예비군훈련장과 육군 제3보급단 등을 제17보병사단으로 집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듬해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의 군부대 시설까지 17사단 인근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부평구 일신동·부개동 주민들은 505항공대대와 닥터헬기 계류장 이전을 요구했다.

이에 시도 주민들의 불만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닥터헬기 계류장을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시는 이후 '부평구 군부대 주변 지역 활성화 기본계획 용역'을 통해 월례공원을 이전 대상지로 결정했다. 이곳이 공장지대인 데다 헬기장 터가 있어 최적지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승기천을 사이에 두고 400~500m 떨어진 곳엔 연수구의 아파트 밀집 지역이 있고, 남동구 쪽으로도 1.5㎞ 떨어진 거리에 아파트 밀집 지역인 논현동이 있다.

시는 2021년 1월 닥터헬기 계류장 이전을 검토하기 시작해 같은 해 6월 이전 대상지를 월례공원으로 결정했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국민의힘 인천시당 소속 시의원과 관계자들이 "닥터헬기 계류장은 시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인프라"라며 "정쟁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국민의힘 인천시당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2025.7.10/뉴스1

이와 관련 시는 2022년 10월부터 주민간담회·설명회, 소음 영향도 조사, 지역정치인 면담 등 절차를 밟아왔지만, 최근 시가 남동구를 상대로 땅 매입을 진행하던 중 다시 난항에 부딪혔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주민 의견 수렴을 더 해야 한다'며 닥터헬기 계류장 이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에선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쳤다'며 맞서고 있다.

현재 남동구청장과 연수구청장은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해당 지역구의 국회의원들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이런 가운데 남동구의회 총무위원회도 최근 남동구가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와 관련해 제출한 공유재산 매각·연구시설물 축조 동의안을 구의회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민주당 소속의 황규진 구의회 총무위원장(구월3동, 간석1·4동)은 "닥터헬기 계류장에서 가깝게 살고 있는 연수구 주민도 피해를 많이 보기 때문에 모든 게 협의가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소속 최숙경 연수구의원(선학동. 연수2·3동, 동춘3동)도 최근 구의회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인천시는 공익이란 명분 아래 민주주의 절차를 훼손하고 일방적으로 월례공원에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인천시당은 "닥터헬기 계류장은 시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인프라"라며 "정쟁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인 박종효 남동구청장도 "닥터헬기를 '시끄럽다, 정쟁이다' 이런 쪽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여야를 떠나 필요성을 인정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남동구의회를 상대로 부지 매입에 대해 설득하고 있다"며 "2022년 10월부터 주민간담회와 설명회를 개최했으나, 현장에서나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이 접수된 것은 없었다. 내년 6월 계류장 이전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운영되는 닥터헬기는 2011년 9월 운항 개시 후 시청 운동장, 문학야구장, 소방서 주차장, 김포공항, 부평구 항공부대 등을 임시 계류장으로 쓰면서 떠돌이 생활을 해 왔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