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밀입국 베트남인 도주부터 체포까지(종합)

인천국제공항의 모습. ⓒ News1travel

(인천=뉴스1) 주영민 기자 =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 무인자동출입국심사대 출입문을 강제로 열고 밀입국한 20대 베트남 남성이 도주 닷새 만에 붙잡혔다.

이 남성이 밀입국해 도주해서 검거될 때까지의 과정을 재구성했다.

◇밀입국 뒤 CCTV 사각지대로 도주

베트남인 A(25)씨는 지난달 29일 오전 1시께 베트남 하노이공항에서 인천공항 경유, 일본 도쿄 나리타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이 비행기는 같은 날 오전 10시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11시께 일본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같은 날 오전 5시 5분께 인천공항 2층 입국장 14번 탑승구를 통해 도착한 A씨는 곧바로 입국심사대 직원들이 자리를 비울 때를 기다리며 몸을 숨겼다.

2시간여 은신했던 A씨는 7시 24분께 심사대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무인자동차출입국심사대 출입문을 강제로 열어 입국 심사장을 통과했다. 당시 입국장에는 승객 도착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보안검색요원도 있지 않았다. 잠시 출입문 경보가 울리긴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후 A씨가 입국장 출구를 통과하기 까지 걸린 시간은 단 2분이었다.

A씨는 공항내 1층 화장실에 들러 입고 있던 패딩점퍼를 벗고 정장 상의로 갈아입었다. 이후 음식점 등 편의시설이 모여 있는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가 출국장인 3층으로 올라가 여객터미널을 빠져나왔다.

A씨가 공항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마지막 모습은 오전 7시 40분께 공항 동쪽 장기주차장의 솔밭길을 걷는 모습이었다.

동쪽 주차장이 CCTV사각지대였던 셈이다.

지난달 21일 새벽 인천공항의 보안시스템을 뚫고 밀입국한 31세 동갑내기 중국인 부부의 경우 여객터미널에서 택시를 잡아타는 모습이 CCTV에 포착돼 밀입국 나흘 만에 충남 천안에서 검거할 수 있었지만 A씨는 달랐다는 게 공항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A씨의 밀입국 사실은 A씨가 비행기를 타지 않자 이를 파악한 항공사가 오전 10시 35분께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이후 출입국관리사무소는 A씨의 행방을 찾기 위해 공항내 CCTV를 분석, 10시간여 만인 오후 9시가 돼서야 A씨의 밀입국 사실을 확인했다.

A씨를 추적한 수사당국은 공항에서 A씨가 놓고 간 짐가방 속에서 국내 거주하는 베트남 출신 불법체류자 B씨의 이름을 확보했다.

◇지인 명의로 휴대전화 개통…고향에 통화하다 들통

A씨는 공항을 빠져 나온 뒤 대구에서 B씨를 만나 B씨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경찰의 수사망을 빠져나온 줄 알았던 A씨의 밀입국 여정은 이 휴대전화 때문에 들통났다. A씨가 베트남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와 통화를 한 기록이 경찰의 통신 수사망에 걸렸기 때문이다.

수사당국은 A씨가 도주 후 B씨 등과 모바일 메신저로 대화한 흔적을 확보, 이를 토대로 A씨가 짐가방에 남긴 B씨의 존재를 확인했다.

결국 A씨는 이날 오후 2시 5분께 대구 달성군 현풍면 B씨의 집에서 검거됐다. 검거 과정에는 출입국관리사무소와 인천·대구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참여했다.

수사당국은 A씨와 B씨를 모두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로 압송했다. 수사당국은 검찰의 지휘 아래 A씨의 밀입국 경위와 브로커 등 공범 여부를 조사한 뒤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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