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자' 이태준씨, `퇴역마(馬)' 타고 전국을 누비다

40대 실직자와 경주 부적격 판정을 받은 말이 함께 국토 종주에 성공해 훈훈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승마계의 돈키호테 이태준(45)씨와 퇴역마 `윈디'가 그 주인공이다.
10월 16일 경기도 김포골드승마장을 출발한 그는 과천, 천안, 대전, 구미, 칠곡, 경주, 울산을 거쳐 종주 30일째인 14일 부산경남경마공원에 도착하며 승마 국토 종주의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국내 최초로 670km에 이르는 승마 국토 종주를 성공한 것이다.
그는 전국의 주요 승마장 19곳을 기착지로 삼아 하루에 적게는 20km, 많게는 50km 안팎의 거리를 승마로만 걷고 달리고, 또 걸었다.
그가 승마 국토 종주를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것은 한 번 꽂히면 해낼 때까지 파고드는 성격 탓도 있지만, 더 잃을 것이 없고 시간적 여유가 많은 실직 가장이라는 신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모 통신사 영업 에이전트로 일하다 2011년 희망퇴직을 권고받고 회사를 그만뒀다.
퇴직 후 많은 시간을 `윈디'와 함께 하면서 그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실직자의 역습'을 준비하게 됐다.
그와 국토 종주를 함께하는 `윈디'의 사연은 더 드라마틱하다.
경주마 데뷔를 준비하던 윈디는 사람이 올라타면 전진하지 않고 후진하는 출발 습성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윈디'는 경주를 한번도 뛰어보지 못하고 승마장으로 보내졌고, 그 곳에서 이태준씨를 만나게 된다.
`퇴사자'와 `퇴역마'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회사에서, 경주로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아 밖으로 내몰린 이들이 `승마 국토 대장정'이라는 기가 막힌 도전을 만들어 낸 것이다.
자신의 모험적 성향과 윈디의 기질이 잘 통하는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출발 부적격 말 `윈디'가 유독 자신이 기승하면 안정적인 걸음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들의 국토 종주 준비과정은 만만찮았다.
`윈디'의 도로 적응력과 지구력, 구보속도 등을 끌어 올리기 위해 고된 훈련과정을 거쳐야 했다.
특수 제작된 말 편자와 기저귀 등 장거리 승마를 위한 독특한 부대장비들도 마련했다.
전국의 승마장과 승마인들도 든든한 지원도 국토 종주 성공에 한몫했다.
이태준씨는 "우리 국토의 아름다운 모습을 즐기다 보니 어느덧 내가 윈디가 되고, 바람이 되고, 자연이 되는 듯 했다"며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도 희망의 끈을 놓치 말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윈디'와 함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달린 그의 얼굴에 행복과 여유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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