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산 OEM' 경찰 보디캠 뜯어보니…중국 제품과 부품까지 같았다

산업기술시험원, 감정 통해 회신…"반도체 칩도 같은 것"
경기남부경찰청, 납품업체 특경법상 사기 등 혐의로 수사

2024.7.2 ⓒ 뉴스1 장수영 기자

(수원=뉴스1) 유재규 이세현 기자 = 경찰이 190억 원대 예산을 투입해 도입한 보디캠이 대만산이라는 납품업체 설명과 달리 중국 업체 제품과 외형은 물론 내부 부품과 조립 방식까지 사실상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찰이 사업자 선정 전부터 해당 제품의 '중국산 의혹'을 전달받고도 업체를 최종 선정한 데다, 이후 예정됐던 대만 생산공장 현장 실사마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으로부터 현재 경찰이 사용 중인 보디캠과 중국 무전기 제조업체의 보디캠을 비교·분석한 감정 결과를 회신받았다.

경찰이 두 제품을 산업기술시험원에 보내 감정을 의뢰한 결과 제품의 형상과 크기가 유사했고 작동 버튼의 위치와 배터리 분리 방식도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을 분해한 결과에서도 나사 등 주요 부품의 위치와 종류, 조립 방식이 같았으며 핵심 반도체 칩 역시 동일한 제품이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 5월 나라장터를 통해 '경찰 보디캠 도입 사업'을 공고했다. 오는 2029년까지 190억 원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지난해에만 1만4000여 대가 일선 경찰관들에게 보급됐다.

보디캠은 경찰관이 몸에 착용해 각종 사건·사고와 교통 단속 등 현장 상황을 촬영하고 영상을 경찰 내부 시스템으로 전송하는 장비다. 범죄 현장과 시민 개인정보 등이 담길 수 있어 보안성이 중요한 장비로 꼽힌다.

입찰에는 보디캠 단말기 조달업체 A사와 KT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고 경찰은 지난해 7월 이들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

KT는 영상 전송에 필요한 통신망 구축을, A사는 보디캠 단말기 조달을 각각 맡았다. A사는 대만 공장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보디캠을 생산해 납품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업자 선정 전인 지난해 6월부터 해당 제품이 중국산일 수 있다는 의혹이 경찰에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입찰 과정에서 다른 업체가 A사의 보디캠이 중국산일 가능성을 조달청에 제기했고, 조달청은 이를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입찰 과정에서 중국산 단말기를 지양해달라는 취지의 입장을 업체들에 전달한 상태였다. 하지만 중국산 제품 제한 내용을 사업 제안요청서 등에 명문화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의혹을 전달받은 뒤에도 A사와 KT 컨소시엄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

사업자 선정 이후 예정돼 있던 대만 생산공장 현장 실사도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KT와 실사 일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정 조율이 되지 않아 방문하지 못한 것일 뿐 고의적으로 실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중국산 단말기 제한을 입찰 조건에 명시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조달청으로부터 특정 국가의 제품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제안요청서나 공문에 중국산 제품을 제한한다고 명시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중국산 의혹이 정부기관의 감정 결과로까지 이어지면서 경찰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테러방첩수사대는 A사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KT는 참고인 신분이다.

경찰은 지난 7월부터 A사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여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사건 관계자들을 불러 제품의 생산·납품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경찰에 납품한 제품이 대만 공장에서 OEM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