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약 받았으니 사기 아니다?"…경찰 상담 받고도 3억 날렸다
"물건 받았기에 사기 단정 어렵다"…사건 접수 절차만 안내
- 김기현 기자
(성남=뉴스1) 김기현 기자 = 온라인으로 다이어트약을 구매하다 사기를 의심한 60대 여성이 경찰서를 찾아 상담했지만, 별다른 피해 예방 조치를 안내받지 못한 채 거래를 이어가다 3억 원가량의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경기 성남수정경찰서에 따르면 A 씨는 한 온라인 판매 사이트 카카오톡 상담 채널을 통해 신원을 알 수 없는 운영자와 연락하며 다이어트약을 수천만 원어치 구매했다. 특히 운영자는 A 씨에게 약품을 배송한 후 관세 등을 이유로 추가 송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A 씨는 은행으로부터 "이상 거래가 감지돼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에 A 씨는 지난 6월 23일 성남수정서를 찾아 "온라인으로 다이어트약을 구매했는데 사기가 의심된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상담한 수사관은 "물건을 배송받았기 때문에 바로 사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사건 접수 절차를 안내하는 데 그쳤다. 운영자와 주고받은 채팅 내용이나 실제 송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거나 추가 송금을 중단하라고 권유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 씨는 경찰서를 다녀온 뒤에도 거래를 이어갔고 피해액은 약 3억 원까지 불어났다. 이 같은 피해 사실은 지난 7월 가족들이 송금 내역 등을 확인하면서 뒤늦게 드러났다.
A 씨 가족들은 과도한 관세 요구 등 거래 과정에서 나타난 수상한 정황을 확인해 A 씨에게 설명하고 추가 피해를 막았어야 했다며 성남수정서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범들이 초기 단계에서 정상적인 거래처럼 보이게 하려고 실제 물품을 보내거나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물건이 배송됐다는 이유만으로 사기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접수되는 유형의 사기 사건이 아니어서 상담 당시 사기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며 "상담 과정에서 조금 더 면밀히 살폈다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A 씨 측은 성남중원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경찰은 현재 운영자를 추적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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