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예방에 정년은 없다"…10년째 '안전' 가르치는 김인숙 강사의 꿈
[인터뷰]경기도소방재난본부 '우수 민간전문강사 선발대회' 최우수
"1명의 안전이 모두의 일상"…작은 습관으로 시작하는 안전 교육
- 김기현 기자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한 사람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 결국 우리 모두의 일상을 지키는 일이라는 믿음 하나면 충분합니다.
최근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마련한 '제1회 우수 민간전문강사 선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김인숙 강사(53)가 16일 <뉴스1>에 전한 말이다. 올해 처음 열린 대회에서 그는 치열한 예선을 거쳐 결선에 오른 10명의 민간전문강사 가운데 최고 자리에 올랐다.
단순히 지식을 많이 전달하는 강사를 뽑는 자리가 아니었다. 교육학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과 실제 교육 대상인 어르신 청중평가단 20명이 강의 내용과 전달력 등을 직접 평가했다.
첫 대회인 만큼 준비 과정부터 녹록지 않았다. 참고할 만한 사례도, 강의 기준점도 없었다. 부족한 준비 시간까지 더해져 부담은 커져만 갔다. 김 강사는 "모든 것이 처음이라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대회를 준비했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된 존재는 동료들이었다. 수원남부소방서 예방대책팀 소속 김민주 소방장과 강건 사회복무요원이 아낌없이 의견을 보태고 도움을 주면서 강의 방향을 잡아갈 수 있었다.
끝내 김 강사가 선택한 주제는 의외로 단순했다. 어르신들의 감염병 예방과 손 씻기였다. 주변에서는 너무 평범한 주제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강사의 다양한 기법을 보여주려면 좀 더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다뤄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하지만 김 강사 생각은 전혀 달랐다.
그는 "안전교육은 강사가 만족하는 강의가 아니라 교육받는 분들이 이해하는 강의여야 한다"며 "많은 내용을 알려드리는 것보다 정말 필요한 한두 가지라도 확실하게 기억하고, 위급한 순간에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강사는 어려운 소방 용어와 긴 설명을 덜어냈다. 대신 대형 화면을 활용하고, 익숙한 노래와 춤을 안전교육에 접목했다. 어르신들이 웃고 따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용을 기억하도록 했다. 어르신 청중평가단 호응은 높았다. 전문가 심사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 강사가 안전교육을 시작한 계기는 아이들 안전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2001년 컴퓨터 회사에 다니다 아이를 키우며 직장을 그만두게 된 그는 늦깎이 어린이집 원장이 되고 나서야 안전의 중요성을 체감했다고 한다.
2014년에는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용인지부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어려운 가정을 찾아 집을 고쳐주는 활동을 비롯해 학생·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교육에도 참여했다.
특히 한부모 가정의 집을 새벽까지 수리한 후 들었던 감사의 말과, 안전교육을 마친 후 한 아이가 건넨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글귀가 담긴 쪽지는 지금까지도 김 강사에게 삶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두 자신이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작은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한 소중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김 강사는 "한부모 가정에서 들은 말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며 "안전교육을 들은 아이가 제게 줬던 쪽지는 아직까지 고이 간직하고 있을 정도로 소중한 추억"이라고 회상했다.
김 강사는 2017년 경기도 재난안전교육 민간전문강사에 선발되면서 전문 강사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2021년부터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안전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어린이와 어르신부터 기업체까지 교육 대상도 다양하다.
김 강사가 교육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모두를 변화시키겠다'는 욕심이 아니다. 그는 "솔직히 교육을 들은 모든 분이 다 따라올 수는 없다"며 "대신 단 한 사람이라도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제가 알려드린 내용을 기억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면 그 교육은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가 자신을 '지식 전달자'보다 '조력자'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재난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재난이 닥쳤을 때 누군가의 작은 행동 하나가 피해의 크기를 바꿀 수 있다고 김 강사는 믿는다.
그래서 김 강사가 말하는 안전은 '거창한 구호'와 거리가 멀다. 손을 제대로 씻는 습관, 화재 때 대피로를 확인하는 습관, 심정지 환자를 발견했을 때 망설이지 않고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행동처럼 일상에서 시작되는 것들이다.
김 강사는 "예방과 대비가 중요하다고 하면 너무 크게 생각하기 쉽다"며 "그런데 결국 안전도 작은 습관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작은 것 하나를 실천하는 게 안전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안전을 향한 배움과 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 강사는 심폐소생술·자동심장충격기 교육강사, 생활안전지도사, 안전지도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BLS Provider 전문 자격도 갖췄다.
여기에 재난응급의료 핵심과정과 어린이제품 안전교육 전문과정,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양성과정 등도 수료했다. 현재는 수원대학교 대학원 소방재난안전학과에 다니며 전문성을 더하고 있다.
첫 민간전문강사 선발대회 최우수상은 김 강사에게 최종 목표가 아닌, 새로운 출발점이다.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꾸준히 하고 싶다"며 "어디든, 누구든 제가 할 수 있을 때까지 안전교육을 계속하고 싶다"고 전했다.
강사라는 직업에는 정년이 없다. 김 강사가 걸어온 안전교육의 길에도 끝이 없다. 자신의 삶에서 시작된 작은 관심과 봉사가 10년 넘게 이어져 이제는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교육이 됐다. 그리고 그는 오늘도 한 사람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 결국 우리 모두의 일상을 지키는 일이라는 일념 하나로 강의실 문을 연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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