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힘으로 완성한 독립운동가 벽화…학교 홍보 현수막에 가려져
독립운동가들과 인연 깊은 학교 외벽에 홍보물…논란 일자 철거
- 최대호 기자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경기 수원지역 독립운동가 벽화가 광복절을 맞아 공개된 지 한 달 만에 학교 홍보 현수막에 가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현수막을 게시한 학교가 독립운동가들과 인연이 깊은 곳이라는 점에서 적절성을 두고 지적이 나온다.
16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수원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는 전날인 15일 오후 학교 외벽에 입학·진학·취업 관련 홍보 현수막을 설치했다.
현수막은 외벽에 조성된 독립운동가 벽화 전면을 길게 덮으면서 벽화에 그려진 인물 상당수의 얼굴을 가렸다.
이 벽화는 수원지역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하나로 잇는 '수원 독립운동의 길' 조성사업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수원 독립운동의 길'은 3·1운동 당시 만세 시위가 벌어진 연무대에서 시작해 화성행궁까지 수원지역 독립운동 관련 17개 거점을 잇는 역사 탐방로다.
김세환·박선태·임면수·이하영·김향화·이선경·차인재 등 수원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7명의 생가터와 활동 무대 등이 탐방로에 포함됐다. 수원시민 1033명이 사업에 참여해 수원지역 독립운동의 흔적을 되살리는 데 힘을 보탰다.
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 외벽 벽화에도 이들 7명의 얼굴이 그라피티 형식으로 담겼다. 인물 주변에는 '평화'를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해 새겼으며, 그라피티 1세대 작가 레오다브(LEODAV)가 작업했다.
벽화가 조성된 장소의 역사성도 남다르다. 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의 전신인 옛 삼일여학교에서는 독립운동가 김세환 선생과 차인재 선생 등이 교감과 교사로 활동했다.
학교 자체가 수원지역 독립운동의 역사와 연결된 곳인 셈이다.
게다가 벽화가 설치된 곳은 수원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행궁동과 인접해 있어 시민과 관광객들의 왕래가 잦다. '수원 독립운동의 길'을 찾는 사람들이 지역 독립운동의 역사를 접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시민들과 사업 추진 관계자들은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기 위해 조성한 벽화가 학교 홍보 현수막으로 가려진 것을 두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수원 독립운동의 길' 조성사업 추진위원으로 활동한 A 씨는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후대에 전하겠다며 조성한 공간인데, 정작 그분들의 모습이 현수막 뒤로 사라져 버린 것"이라며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지난 2월 수원시자원봉사센터와 '수원 독립운동의 길' 벽화 조성 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학교를 방문해 협의했다"며 "당시 해당 장소가 매년 학교 홍보용 현수막을 설치하는 자리라는 점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관계자들이 '알겠다'고 해 학교에서는 설치 가능성이 협의된 것으로 인식했다"며 "현수막 게시 후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 오늘 아침에 철거했다"고 덧붙였다.
sun070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