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신고'했는데 골프공이었다…도심 골프 연습 '아찔한 사각지대'
일반 사무실서 친 공…20m 날아가 맞은편 건물 유리창 파손
형사 처벌 현실적 어려움…"사후 책임보다 사전 예방 필요"
- 김기현 기자
(광명=뉴스1) 김기현 기자 = 경기 광명시 한 상가건물 유리창이 골프공에 파손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했다.
신고자가 총격을 의심하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도 벌어졌으나, 맞은편 건물에서 골프 연습을 하던 남성이 친 공 때문에 발생한 사고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재산 피해에 그쳤지만, 타구 방향에 사람이 있었다면 충분히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도심 속 아찔한 타구를 미리 막을 방법은 있을까. 현행 법·제도 체계에서는 마땅한 제지 수단을 찾기 어렵다.
골프장이나 골프연습장이 아닌 일반 건물에서 골프공을 타격하는 행위 자체를 사전에 금지하거나 제재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이 없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한 후에야 개입하는 현행 법·제도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위험한 타구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예방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5일 광명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6시 30분께 광명시 일직동 한 7층짜리 근린생활시설 관리인이 "누군가 총을 쏴 건물 유리창이 깨졌다"며 112에 신고했다.
관리인은 당시 건물 7층 유리창에 작은 원형 구멍이 뚫린 채 파손된 사실을 확인하고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유리창은 신고 전날인 7일 약 20m 떨어진 맞은편 건물에서 날아온 골프공 때문에 파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맞은편 건물 6층 사무실에 있던 A 씨는 경찰에 "스윙 연습을 하던 중 공을 잘못 쳐 사고를 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가 골프공을 친 곳은 골프연습장 등 체육시설이 아닌, 일반 사무실이었다. A 씨 사무실 유리창 역시 골프공에 의해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근린생활시설 유리창이 깨지는 등 재산 피해만 발생했을 뿐, 골프공에 사람이 맞는 등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양측이 유리창 파손에 따른 손해배상 절차를 밟기로 합의함에 따라 별도로 재물손괴죄 적용을 검토하는 등 형사절차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재물손괴죄는 기본적으로 타인 재물을 손괴하려는 고의가 문제된다. 단순히 골프공을 치다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 유리창을 깨뜨렸다는 사정만으로는 재물손괴죄를 적용하기 어렵다.
더욱이 일반 사무실에서 골프공을 타격하는 등 주변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를 사전에 금지하거나 형사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경범죄처벌법은 타인 신체나 물건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곳에서 충분한 주의를 하지 않고 물건을 던지거나 붓거나 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골프채로 타격해 날린 공까지 해당 조항이 명시하는 위험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는 불분명해 실제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체육시설법 규율 대상인 골프장이나 골프연습장과 달리, 일반 건물에서 개인이 골프공을 타격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별도 안전관리 체계가 적용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법과 현실 사이 간극이 발생한다.
누군가 일반 건물 내부에서 골프공을 치고 있고, 골프공이 밖으로 날아갈 가능성이 있다면 주변 사람 입장에서는 명백히 위험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이 다치거나 재산이 파손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어떤 법적 근거로 즉시 행위를 중단시키거나 행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지는 별개 문제다.
현행 법·제도는 책임 측면에는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예방 측면에는 엄연한 공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골프공이 유리창을 깨뜨린 후에야 위험성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점도 결을 같이 한다.
만약 골프공 비행 경로에 보행자가 있었다면 재산 피해가 아닌 인명 피해로 사건 성격 자체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골프공은 크기가 작지만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때문에 사람 머리 등 신체 부위에 충격을 가할 경우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2024년 6월 이천시 모가면 한 골프장에서는 지인이 친 골프공에 머리를 맞은 60대 여성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골프장에서는 타구 방향과 안전거리 확보가 중요한 안전관리 대상이다. 반면 도심 속 일반 건물에서는 사실상 별다른 안전 장치 없이 골프공이 타격될 수 있다.
물론 일반 건물에서 이뤄지는 모든 골프 연습을 금지하거나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한 처사다. 핵심은 장소와 방식에 따른 위험성이다.
보행자나 차가 오가는 곳, 인근 건물 유리창을 향할 수 있는 장소 등 객관적으로 타구 위험이 높은 곳 등에서만큼은 최소한 안전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핵심은 처벌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타구 사고가 발생해야만 개입할 수 있는 현재 사후 대응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실제 위험이 발생하고 있는 단계에서 즉시 중단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타구 사고가 발생한 후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묻고, 사람이 다치면 과실치상 등 형사 책임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타구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위험한 행위를 반복하는 사람을 누가, 어떤 법적 근거로 멈춰 세울 것인지는 여전히 공백으로 남는다.
이정도 법무법인 아이엘 변호사는 "현행법상 일반 주거지나 상가 등에서 골프 연습을 하는 행위 자체를 제한하는 규정은 뚜렷하지 않고, 과실로 타인의 재물을 파손한 경우에도 형사처벌이 쉽지 않다"며 "경범죄처벌법에 위험한 물건을 던지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지만, 골프채로 타격한 공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는 해석상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사람이 다치면 과실치상 책임이 문제 될 수 있고, 위험성을 알고도 반복적으로 타구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고 이후 책임뿐 아니라, 위험한 타구 행위를 사고 전에 제지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이나 관리규약 등에 예방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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