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설 유허비·한민학교 방문 안민석 "교육 포기 않았던 선조의 뜻 잇겠다"
'통곡의 역' 라즈돌노예역서 고려인 강제이주 역사 되짚어
연해주 신한촌 찾은 安 “고려인 민족학교 건립에 힘 보태겠다”
- 이윤희 기자
(블라디보스토크=뉴스1) 이윤희 기자 = 수이푼강을 마주한 이상설 유허비에서 고려인 강제이주의 출발지인 라즈돌노예역까지. 안민석 경기교육감 일행이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연해주에 남은 항일 독립운동과 민족교육의 흔적을 따라갔다.
중국과 러시아 항일 독립운동 유적 방문 4일 차인 이날 첫 일정은 우수리스크 외곽 수이푼강 옆에 세워진 이상설 유허비였다.
현장에서는 구독자 113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황현필 한국사’를 운영하는 황현필 역사바로잡기연구소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안 교육감 일행은 유허비 앞에 서서 이상설의 망명과 연해주 독립운동, 마지막 유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유허비 앞으로는 수이푼강이 흘렀다. 강 너머로는 발해 성터로 알려진 유적이 보였다.
이상설은 1907년 이준·이위종과 함께 고종의 특사로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파견돼 일제의 침략을 알렸다. 앞서 중국 룽징에 서전서숙을 세워 한인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이후 연해주에서 13도의군과 성명회, 권업회 등을 이끌었다.
그는 1917년 우수리스크에서 숨을 거뒀다. 유언에 따라 시신은 화장됐고 유해는 수이푼강에 뿌려졌다. 광복회와 고려학술문화재단은 2001년 강가에 유허비를 세웠다.
안 교육감 일행은 유허비를 떠나 차로 20여분을 달려 라즈돌노예역에 도착했다. 낡은 역사 앞으로 철로가 길게 뻗어 있었다. 1937년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내몰린 강제이주의 출발지다.
소련 당국은 1937년 9월 9일 연해주 일대 고려인들을 이 역에 집결시켜 화물열차에 태웠다. 고려인 강제이주가 처음 시작된 곳으로 ‘통곡의 역’으로도 불린다.
이후 연해주 곳곳에서 고려인 17만2000여명이 열차에 실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다. 이들은 비좁은 화물칸에서 한 달가량 굶주림과 추위, 질병을 견뎌야 했다.
안 교육감은 “강제이주의 아픔을 딛고 우리말과 문화를 지켜온 고려인 후손들을 위해 카자흐스탄에 고려인 민족학교가 세워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일행은 라즈돌노예역에서 일정을 마친 뒤 다시 버스에 올랐다. 2시간가량 이동해 도착한 곳은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이었다.
신한촌은 연해주 한인 사회의 생활 근거지이자 항일 독립운동의 중심지였다. 권업회를 비롯한 독립운동 단체가 이곳을 기반으로 활동했고 우리말 신문 발행과 민족교육도 이어졌다.
신한촌 기념비 앞에서는 안 교육감과 이문구 경기교육청 초등교육과장, 윤준기 가평 마장초등학교 교감이 흰 국화꽃을 헌정했다. 이들은 기념비 앞에서 독립운동가와 연해주 한인들의 희생을 추모했다.
안 교육감 일행은 이어 한민학교가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찾았다.
한민학교는 개척리의 계동학교와 인근 세동학교·신동학교가 1909년 10월 통합해 출범했다. 1912년 권업회와 신한촌 한민회가 신한촌에 2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교사를 세워 다시 문을 열었다.
교실에서는 국어와 외국어, 수학, 역사 등을 가르쳤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우리말과 역사를 배우며 민족의식과 독립정신을 키웠다. 학교는 1937년 연해주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할 때까지 운영됐다.
이날 여정은 이상설의 독립운동 흔적에서 신한촌 한민학교로 이어졌다. 망명지에서 학교를 세워 민족의식을 지키려 했던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교육 현장에서 다시 살피는 여정이었다.
안 교육감은 “지난 4일간 중국과 러시아에 남은 독립운동의 흔적을 따라가며 나라를 잃은 상황에서도 교육을 포기하지 않았던 선조들의 뜻을 확인했다”며 “이들의 교육독립 정신이 경기교육 현장에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 교육감 일행은 신한촌과 한민학교를 끝으로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으로 이동했다. 이후 약 3시간을 비행해 중국 베이징에 도착하며 이날 여정을 마무리했다.
l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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