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강사' 남편과 아내의 마지막 술자리…비극으로 끝나버린 17년

[사건의 재구성] 이혼 문제로 다투다 남편 '외도 정황' 발견
아내, 2.7㎏ 담금주병으로 남편 살해…2심서 '25년→22년'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17년을 함께한 부부였지만, 끝은 참혹했다. 이혼 문제와 외도 의심으로 쌓여가던 갈등은 한순간의 분노로 이어졌고, 아내는 남편을 살해한 피고인이 됐다.

50대 여성 A 씨와 50대 남성 B 씨는 2007년 11월 혼인신고를 했다. B 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학원 강사로 활동해 왔다. 2020년부터는 이른바 '일타강사'로 이름을 알렸다.

겉보기엔 남부럽지 않은 삶이었다. 하지만 부부 사이는 오래전부터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B 씨는 2021년 무렵부터 A 씨에게 여러 차례 이혼 의사를 내비쳤다.

"이제 좀 편하게 살자", "그만하자", "우리 정리하자"

하지만 A 씨는 경제적 문제 등을 내세우며 이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부터 3년이 지난 2024년 11월. A 씨는 B 씨의 외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유가 있었다. B 씨 휴대전화에서 다른 여성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발견한 것.

A 씨는 해당 여성에게 직접 연락을 시도하는 한편 B 씨 통화기록 등을 확인하며 관계를 추궁했다.

A 씨 마음 한편엔 남편에 대한 의심이 늘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일이 터졌다. 지난해 2월 15일 새벽 경기 평택의 자택 거실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A, B 씨는 또 다투기 시작했다. 이혼 문제와 외도에 대한 의심이 원인이었다.

다툼은 갈수록 격해졌다. 화를 참지 못한 B 씨는 재차 이혼을 요구했다.

A 씨는 배신감에 사로잡혔다. 그때 A 씨 눈에 문갑 옆에 놓아둔 담금주병이 들어왔다. 높이 약 32㎝, 지름 약 10.5㎝, 무게 약 2.7㎏에 달하는 묵직한 유리병이었다.

남편의 이혼 요구에 감정이 격해진 A 씨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는 유리병으로 술에 취해 바닥에 누워 있는 B 씨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쳤다.

이 충격으로 B 씨는 두개골 및 기저골 골절 등 심각한 두부 손상을 입었고, 같은 날 오후 병원에서 숨졌다.

A 씨는 범행 직후 "남편이 죽은 것 같다. 술을 먹고 싸우다가 옆에 있던 술병으로 머리를 몇 대 때렸다"며 112에 신고했다.

이어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B 씨가 칼로 위협하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술병을 휘둘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수원법원종합청사.

법원 판단은 달랐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부(신정일 부장판사)는 술병의 위험성과 공격 부위, 가격 횟수, 피해자의 상태 등을 종합해 A 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법의학 전문가는 B 씨에게 발생한 두개골 기저골 골절과 광범위한 뇌 손상은 강한 충격에 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는 최소 4회 이상의 가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A 씨 부부의 집 아래층에 살던 주민도 당시 망치질을 하는 듯한 소리가 10~20회 연속으로 들렸다고 증언했다.

1심은 B 씨가 의식을 잃거나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에서도 A 씨가 머리 부위를 계속 가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A 씨가 주장한 정당방위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살인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중대한 범죄"라며 "가족 간 애정과 윤리를 근본적으로 침해한 반인륜적 범죄"라고 지적했다.

A 씨 측과 검찰은 '양형부당'을 사유로 항소했다. 특히 A 씨는 항소심에 이르러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유족을 위해 형사공탁도 진행했다.

검찰은 범행의 중대성과 잔혹성을 고려하면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수원고법 제3형사부(조효정 고석범 최지원 고법판사) 역시 범행의 결과가 매우 중하고 피해자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A 씨가 범행 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수억 원을 현금으로 인출하고 보험계약을 해지한 정황도 지적했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 점, 사건 직후 스스로 112에 신고한 점,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측면이 있는 점, 유족을 위해 공탁한 점 등을 함께 고려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깨고, A 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라고 강조하면서도 "유리하거나 불리한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원심이 정한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A 씨가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이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