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사는 케냐인 "내 고향보다 더 덥다"…40도 입추, 전국이 '찜통' 신음(종합)

농촌마을서 풀 뽑던 80대 숨지고 가축 폐사도 급증
주말 제주 최대 60㎜·강원 150㎜ 비…폭염 꺾일 듯

지난 7일 전남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에 있는 반찬가게에서 케냐 국적의 줄리(33)가 수박을 자르고 있다. 2026.8.7 ⓒ 뉴스1 박지현 기자

(전국=뉴스1) 이상휼 기자 = "아프리카보다 대한민국이 더 덥다. 진짜 힘들다."

아프리카 케냐 출신 상인도 우리나라의 폭염 앞에서는 진땀을 흘렸다. 전남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의 반찬가게에서 일하는 케냐 출신 쥴리(33)는 "내 고향 케냐보다 광주가 더 덥다"고 혀를 내둘렀다.

2021년 공부를 위해 한국에 온 쥴리는 일자리를 찾아 약 1년 전 광주에 정착했다고 한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 출신인 그는 "고향에서는 더워도 28~29도 정도였다"며 "광주는 35도까지 올라 훨씬 더 덥다"고 말했다.

그는 일하는 내내 곁에 둔 1L짜리 텀블러를 들어 수시로 물을 마셨다. 쥴리는 "컵으로 마시면 금방 다 마셔서 큰 것을 샀다"고 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지열의 영향을 받은 온도계가 40도에 가까운 수치를 가리키고 있다. 2026.8.7 ⓒ 뉴스1 이종수 기자

절기상 가을의 시작이라는 입추인 7일 사상 최고 기온의 폭염 열기가 가시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40도에 육박하는 찜통더위에 일부 지역은 폭염중대경보까지 발령됐다.

주요 지역 낮 최고기온은 서울 38도, 전남광주 광양 40.2도, 경기 하남 40.8도, 강원 영월 39.8도, 정선 39.5도, 전북 부안 39.3도 등을 기록했다.

오후 4시 20분 기준 청주의 낮 최고기온은 38.2도를 기록, 기상 관측(1967년) 이래 세 번째로 더웠던 2018년 8월 3일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 외 충복도 내 모든 지역의 낮 기온이 35도 안팎까지 올랐다.

오후 2시 29분께 폭염경보가 내려진 전남광주 장성군에서 밭일을 하던 80대가 숨졌다. 소방 당국이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A 씨의 몸에선 시반이 발견되는 등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심혈관 관련 지병을 앓던 A 씨의 몸에서 외상 등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토대로 온열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성의 한 낮 최고기온은 38.2도까지 올랐다.

7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평균적인 4인 가구가 평균 수준으로 에어컨을 사용할 경우 봄철 전기요금은 5만 2840원에서 여름철에는 9만 5060원으로 상승한다. 사진은 서울 도심 전기 계량기 모습. (뉴스1 DB) 2026.8.7 ⓒ 뉴스1 김범수 수습기자

시민들도 이색적인 피서지를 찾고 있다.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전망대 주차장 일대에는 더위를 피해 캠핑카로 차박 등 피서하는 캠핑족들이 눈길을 끌었다. 접근이 쉽지 않은 해발 1100m 고지 덕분인지 북적이는 유명 관광지와는 달리 조용했다. 폭염을 피해 찾아온 사람들만 아는 '프라이빗 피서지' 같았다.

4억 5000년 전에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충북 단양군 온달동굴도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동굴 외부 기온은 34.7도였으나 동굴 내부 온도계는 16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동굴에 들어간 관광객들 "이제 살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30여 분을 걸어 동굴 내부 끝부분에 도착했을 때는 시원하다 못해 서늘할 정도였다.

인천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6일 오후 인천공항 제1활주로 남단에서 인천공항 소방대 특수 소방차량과 살수차가 활주로 살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8.7 ⓒ 뉴스1

춘천 풍물시장은 장날임에도 한산했다. 폭염의 영향으로 상인들마저 일부 장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영업을 하지 않는 좌판이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폭염 영향으로 손님의 발길이 줄어 매출도 크게 줄었다고 한다.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축산농가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확산하고 있다. 지난 5월 15일부터 전날까지 폭염에 의한 강원도 내 가축 누적 피해는 5만 5402마리로 집계됐다.

지난 4일 집계치(1만 3992마리)와 비교해 3.96배(4만 1410마리) 폭증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피해 규모(5만 1442마리)와 비교해도 3960마리 더 많은 수준이다.

축종별로는 폭염에 유독 취약한 가금류의 피해가 집중됐다. 전체 폐사 가축 중 닭이 5만 4738마리로 전체의 98.8%를 차지했으며 돼지도 664마리가 폐사했다. 지역별로는 철원군(4만 5581마리)과 화천군(7294마리) 등 영서 북부 접경지역 양계 농가에 피해가 집중됐다.

제주도에는 한 달여 만에 단비가 내릴 전망이다. 제주지방기상청은 8일 오전부터 산지와 중산간을 중심으로 가끔 비가 내릴 것이라 예보했다. 8~9일 예상 강수량은 산지와 중산간이 10~60㎜, 해안은 5~30㎜다.

8일 강원 동해안과 산지에도 최대 150㎜의 비가 내리겠다. 이날 동해안과 산지엔 50~100㎜, 많은 곳은 150㎜ 이상 비가 내린다. 내륙은 5~40㎜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다.

(취재=이종재 윤왕근 한귀섭 손도언 김기현 박지현 안재영 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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