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재정 비상' 선언…방만 운영 논란 넘어 재정개편 시험대
추미애 '조직 전반 재점검'…민생예산 중심 재편 예고
도의회 민주당 TF "재정위기, 취득세 의존 등 구조적 문제"
- 송용환 기자
(수원=뉴스1) 송용환 기자 = 경기도가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하면서 재정 운용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구조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방만한 조직과 불필요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확보된 재원을 민생과 안전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 재정위기는 단순한 세수 부족이 아니라 취득세 중심의 취약한 세입 구조와 지방재정 제도의 한계, 누적된 재정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추 지사는 지난 5일 재정 비상 선언 기자회견에서 "방대한 조직의 예산을 하나하나 보고 있는데 너무 놀랍다"며 조직 운영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이어 "기능과 직무가 애매한 조직도 있고, 이미 목표를 달성했거나 성과평가가 어려운 조직도 보인다"며 도정 조직 전반에 대한 재점검을 예고했다.
경기도는 앞으로 일회성·선심성 사업, 불필요한 연구용역, 중복 사업 등을 우선 검토해 지출 구조를 개선하고, 절감된 재원을 민생과 안전 분야에 재배분한다는 계획이다.
추 지사는 노인장기요양, 소아응급, 학교급식, 산후조리비, 가족돌봄수당,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등 주요 민생사업 일부에 올해 4분기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상황을 언급하며 "사업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재정 상황이 절박하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경기도 재정 논란의 핵심은 지방채 발행과 기금 활용 문제다.
경기도는 전체 예산 약 41조 7000억 원 중 자체적으로 활용 가능한 재원이 약 3조 5000억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지방채 9430억 원을 발행하고 기금 5588억 원을 활용했지만, 올해 주요 민생·필수사업 예산 부족으로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추 지사는 전임 도정의 재정 운용을 겨냥해 지방채 발행을 통한 재정 부담 확대를 비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방채 규모 자체보다 발행 목적과 상환 능력, 재정 운용 효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정 문제를 정치적 책임 공방에만 머물게 해서는 구조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재정건전성 TF'가 지난 6일 개최한 2차 회의에서도 경기도 재정 문제를 구조적 요인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경기도가 자체 재원 비중은 높지만 보통교부세를 받지 못하고,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지방소비세 배분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정교부금 부담 역시 다른 광역자치단체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정 한국지방세연구원 특례연구센터장은 경기도의 취득세 의존도가 50.7%에 달해 부동산 경기 변화에 따른 세입 변동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사회복지 지출 증가로 세출 조정 여력도 줄어 재정 충격을 흡수할 완충 장치가 약화했다는 설명이다.
세입 구조 개선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추 지사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기반시설 구축 과정에서 경기도가 교통 인프라 등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지만, 법인지방소득세는 해당 시·군에 귀속되는 현행 구조의 문제를 제기했다.
재정건전성 TF에 참여하고 있는 유경현 의원(민주·부천7)도 "경기도 재정위기는 취득세 의존, 조정교부금 부담, 지방소비세 가중치 불이익 등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지방소비세 확대와 법인지방소득세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기도의 재정 비상 선언은 단순한 예산 절감 작업을 넘어 지방재정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조직과 사업 정비를 통한 지출 효율화가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취득세 중심의 불안정한 세입 구조를 개선하고 첨단산업 성장에 따른 세수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경기도 재정 문제의 해법은 '얼마를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재정 구조를 만들 것인가'에 달려 있다.
조광명 시사평론가는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큰 광역자치단체지만 재정 규모에 비해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제한적이고 취득세 의존도가 높아 경기 변동에 취약한 구조"라며 "현재의 위기는 특정 사업 몇 개를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세입 구조와 지방재정 배분 체계를 함께 손봐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지만 민생·복지 분야까지 일괄적으로 줄일 경우 재정 건전성 확보가 아니라 도민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지방소비세 확대,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간 세원 조정 등 중장기적인 제도 개선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s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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