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 달린 뒤 성인봉 오른다…울릉도 40㎞ 트레일러닝 완주기

[르포] '태하·깃대봉·나리분지' 울릉도 국제 트레일러닝(UiiT)
저동항부터 약 1000m 수직 상승…폭염·정글숲 뚫고 피니시

경북 울릉도 태하리 대풍감 일대 2026.07.11 ⓒNews1 이상휼 기자

(울릉=뉴스1) 이상휼 기자 = 울릉도 서쪽 태하에서 출발해 송곳봉을 바라보며 숲길을 달렸다. 깃대봉을 넘어 섬 중심부인 나리분지를 통과한 뒤 저동항까지 내려왔다. 항구에서 잠시 숨을 돌리자 이번에는 해발 984m 성인봉을 향한 약 1000m의 가파른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40㎞를 달리는 동안 기록한 누적상승고도는 약 3000m. 성인봉을 넘어 피니시 지점인 대아리조트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살아남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레일러닝 마니아들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울릉도 국제 트레일러닝 대회 2026 UiiT(Ulleungdo Island International Trail)'가 지난달 12일 울릉도 일원에서 열렸다.

세계 각국의 프로·아마추어 선수들이 참가하는 국제대회로, 아웃도어스포츠코리아(OSK)가 주최·주관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K-관광섬 육성사업으로 추진됐으며 울릉군이 후원했다.

대회는 40㎞와 27㎞ 코스로 나뉘어 진행됐다. 두 코스 참가자들은 울릉도 서쪽 태하에서 동시에 출발했다.

기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0㎞ 코스에 도전했다. 지난해 처음 이 대회에 참가한 뒤 트레일러닝의 매력에 빠졌다. 울릉도의 절경도 인상적이었지만 주자들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지원해 준 운영진의 모습도 기억에 남았다.

울릉도 국제 트레일러닝 대회(UiiT)의 초반부 코스인 태하등대길 2026.07.12 ⓒNews1 이상휼 기자

대회 스태프 대부분이 트레일러너여서인지 보급소마다 필요한 물품과 음식이 노련하게 준비돼 있었다. 힘든 구간을 지나온 주자들의 상태를 살피고 힘껏 응원하며 완주를 독려한 기억도 생생했다.

지난해에는 배편과 숙소가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이용했지만 올해는 대회 참가권만 신청했다. 동해 묵호항과 울릉도를 오가는 쾌속선 승선권을 별도로 구매하고 숙소도 출발지인 태하에 잡았다.

대회 초반부 코스인 태하는 울릉도에서도 손꼽히는 절경을 품은 곳이다. 태하의 대풍감은 바다로 길게 뻗은 모습이 고래 꼬리를 닮았다. 대풍감에서 내려다본 동해는 짙푸르게 펼쳐졌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한여름 폭염을 잠시 잊게 했다.

평소 관광객들은 태하향목관광모노레일을 이용해 대풍감 인근 전망대로 오르지만 트레일러닝 참가자들은 숲길을 따라 직접 뛰어올랐다. 오르막이 이어져도 바다와 숲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코스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달리기 좋은 구간으로 꼽을 만했다.

깃대봉은 초반부부터 주자들의 체력을 시험하는 난코스였다. 가파른 길을 올라서면 옆으로 뾰족하게 솟은 송곳봉과 새파란 하늘, 그 아래 펼쳐진 바다가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왔다. 힘겹게 오른 주자들 사이에서 탄성이 잇따랐다.

울릉도 국제 트레일러닝 대회(UiiT) 코스에서 볼 수 있는 코끼리를 닮은 바위섬 2026.07.12 ⓒNews1 이상휼 기자

해안길을 달려 '울릉천국' 앞 보급소에 도착하자 스태프들이 물을 아끼지 않고 주자들의 등에 뿌려 열기를 식혀줬다. 주변 음식점과 카페 상인들도 밖으로 나와 호박식혜와 울릉도 토속음식을 건네며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나리분지 옆으로 이어진 코스는 울창한 수풀이 정글처럼 뒤덮고 있었다. 숲길을 빠져나와 저동항에 도착하자 주최 측이 마련한 보급소에서 음료와 음식을 충분히 제공했다. 인근 카페에서 건넨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도 지친 몸을 깨웠다.

얼음이 가득 든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완주를 가능하게 한 값진 보급품이었다. 저동항 바로 뒤에는 성인봉을 향해 약 1000m를 치고 올라가야 하는 대회 최대 난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울릉도 태하 해안가의 일몰 2026.07.12 ⓒNews1 이상휼 기자

바다와 맞닿은 항구에서 울릉도 최고봉까지 단숨에 올라가는 구간이었다. 이미 수십㎞를 달린 다리는 무거웠고 오르막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커피 속 얼음으로 몸을 식히며 한 걸음씩 고도를 높였다.

성인봉으로 오르는 길에는 조릿대가 빽빽한 숲이 이어졌다. 정상부를 통과한 뒤에는 다시 가파른 내리막이 시작됐다. 울창한 숲 사이를 빠르게 내려가는 구간에서는 울릉도 특유의 원시림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숲길을 빠져나와 피니시 지점인 대아리조트에 들어서면서 40㎞의 여정이 끝났다.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할 때마다 더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났고, 한 고비를 넘으면 또 다른 난코스가 기다리는 대회였다.

울릉도 40㎞ 코스는 누적상승고도만 약 3000m에 달한다. 급격하게 변하는 섬 날씨와 가파른 산길까지 더해져 국내 중거리 트레일러닝 대회 중에서도 난도가 높은 코스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해안 절벽과 짙푸른 동해, 나리분지의 숲과 성인봉 원시림을 한 번에 달릴 수 있다는 점은 울릉도 대회만의 매력이다. 힘든 순간마다 보급소 스태프와 주민들이 건넨 물과 음식, 응원도 참가자들을 피니시까지 이끄는 또 하나의 힘이었다.

daidalo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