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아이스크림 좀 사다줘"…끓는 한낮 다리밑 그늘엔 어르신들 북적
뙤약볕 피해 고가철도 그늘 벗 삼아 더위 사투 벌여
"집에 있으면 외로워…덥든, 춥든 모여 수다 떨어"
- 양희문 기자
(남양주=뉴스1) 양희문 기자 = "무지하게 덥네. 청년, 돈 줄 테니 아이스크림 좀 사다줄 수 있어?"
낮 기온이 33도까지 오른 16일 오후 1시 30분께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역 인근 고가철도 밑.
어르신들은 뙤약볕을 피해 고가철도 아래 그늘을 벗 삼아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주변 도로는 폭염에 아지랑이가 피어올랐고 그 열기는 그늘까지 넘어와 어르신들을 괴롭혔다.
냉수를 벌컥벌컥 마시고 연신 부채질을 해도 더위는 어르신들을 떠나지 않았다.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깊게 패인 주름 사이로는 땀이 물처럼 흘러내렸다.
"평소엔 사람이 바글바글한데 오늘은 너무 더워서 덜 나왔어. 에어컨 있는 사람은 집에 있는 거고, 없으면 나오는 거지. 집보단 이곳이 시원해."
집에서 손수 챙겨온 간이의자에 앉아 땀을 식히던 이 모 할머니(76)는 벌써부터 찾아온 폭염에 한숨을 푹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가방 속을 뒤적거리더니 꼬깃꼬깃 접힌 5000원권 지폐 1장을 꺼내 취재진에게 건넸다.
더위 때문에 움직이기 힘들다며 인근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대신 사다줄 수 있느냐는 부탁이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더위를 가라앉힌 이 할머니는 한결 나아진 표정과 함께 "여름은 지긋지긋하다"고 토로했다.
이 할머니는 "매년 겪는 여름이지만 항상 힘들다"며 "에어컨 있는 실내로 갈 수도 있는데, 이곳에 오면 항상 사람이 있으니 더워도 나온다"고 했다.
옆에 있던 김 할머니(80대)는 "혼자 집에 있으면 외롭기만 하다"며 "덥든, 춥든 이곳에 모여 수다를 떨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가 있다"고 말을 보탰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지역별 낮 기온은 동두천 32.7도, 수원 31.9도, 양평 31.5도, 이천 31.5도, 파주 31.3도 등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으니 야외활동과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며 "수시로 수분을 섭취하고 장시간 농작업 및 나홀로 작업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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