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있는 곳 아닌 성깔 있는 곳 보상"…삼성 非반도체 직원 부글부글

DS '합의 존중'…DX "'원 삼성'이라더니 허탈"
삼성전자 사업장 지역 상권도 분위기 촉각

27일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026년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 결과 73.7%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의 모습. 2026.5.27 ⓒ 뉴스1 김영운 기자

(수원=뉴스1) 최대호 김기현 기자 = 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최종 가결됐다. 하지만 사내 분위기는 환호와 허탈감으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DS) 부문 직원들은 대체로 "노사 합의를 존중한다"는 분위기지만, 비(非)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완제품(DX) 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과 배신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7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에 따르면 잠정 합의안은 찬성률 73.7%로 가결됐다.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지부에서는 찬성률이 80.6%에 달했지만, DX 부문 직원들이 주축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에선 찬성률이 21.1%에 그쳤다.

실제 수원 디지털시티 안팎 분위기는 냉랭했다. 중앙문 인근에서 만난 일부 직원들은 "같은 회사 직원이 맞느냐"는 자조 섞인 반응을 쏟아냈다.

DX 부문 한 30대 직원은 "요즘 가장 괴로운 건 돈 액수보다도 외부 시선"이라며 "명절이나 모임 때마다 주변에서 '이번에 몇 억 받느냐'고 묻는데, 그때마다 '우리는 해당 부문이 아니라 못 받는다'고 설명해야 한다. 같은 삼성전자 명함을 들고 다니는데 왜 이렇게까지 갈라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성과급 지급 기준 자체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회사에서 말하는 공정과 상식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DS 적자 사업부는 초과이익성과급(OPI)을 40% 넘게 받았는데 DX 적자 사업부는 10%대 수준이었다. 같은 적자인데도 보상 격차가 이렇게 큰 걸 납득할 직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DX 내부에서는 '원 삼성'(One Samsung) 기조가 사실상 무너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직원은 "반도체가 어려웠던 시절 DX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면서 회사 전체를 떠받쳤던 건 사실"이라며 "그때는 부문 구분 없이 함께 가자더니 이제 성과가 나니까 특정 부문만 따로 챙기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27일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026년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 결과 73.7%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의 모습. 2026.5.27 ⓒ 뉴스1 김영운 기자

사내 익명게시판 분위기도 심상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게시글에는 '근조', 'DX 패싱' 같은 표현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DX 부문 한 직원은 "원래 DX 조직은 비교적 조용한 문화인데, 지금처럼 공개적으로 불만이 폭발하는 건 드문 일"이라며 "경영진은 회사 전체 실적 기준으로 성과급을 가져가면서 왜 직원들에게만 부문 논리를 들이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고 말하지만, 이번 일을 보면 결국 '성깔 있는 곳에 보상이 간다'는 인식이 생긴다"며 "회사에 대한 감사함은 여전히 있지만, 애사심과 업무 의욕은 크게 꺾였다"고 말했다.

DS 부문 직원들은 대체로 "합의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다만 기대했던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메모리사업부 소속 한 직원은 "성과급 규모 자체만 보면 큰돈처럼 보이지만, 업황 회복 기대감과 경쟁사 상황까지 감안하면 체감상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다"라며 "그래도 장기간 이어진 협상이 마무리된 만큼 이제는 조직 분위기가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 상권도 잠정안 가결 소식에 관심을 보였다.

수원 디지털시티 중앙문 앞에서 일본식 주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삼성 실적이 좋아진 건 상인들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같은 회사 안에서 성과급 차이가 그렇게 큰 줄은 몰랐다. 직원들 입장에선 허탈할 만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이번 임단협 타결이 단순한 보상 문제를 넘어, 사업부 간 온도 차와 조직 결속력 약화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임단협은 단순한 보상 문제를 넘어 사업부 간 온도 차와 조직 내 균열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며 "특히 DX 부문을 중심으로 누적된 상대적 박탈감이 향후 조직 문화와 생산성, 내부 결속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un07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