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보다 '대안' 없어 문 못 닫는다…자영업자 33%의 슬픈 고백
경기신보 소상공인 백서…'희망고문' 대신 실질적 퇴로와 자생력 지원 절실
- 송용환 기자
(수원=뉴스1) 송용환 기자 = 경기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매달 쌓이는 적자에도 가게 문을 닫지 못한다. 폐업 후 당장 생계를 유지할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기도 소상공인 3명 중 1명은 사업을 지속하는 이유로 '희망'이 아닌 '막막함'을 꼽고 있다. 매출은 두 자릿수 급감하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최악의 경영난 속에서 이들이 '희망고문'을 견디는 대신 안전하게 연착륙할 수 있는 실질적인 퇴로 전략과 자생력 강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경기신용보증재단의 '2025 경기도 소상공인 백서'에 따르면 도내 소상공인의 경영 지표는 생존 한계선에 다다랐다.
지난해 평균 매출액은 3억9957만 원으로 전년 대비 13.1% 줄어든 반면 부족한 운영 자금을 메우기 위한 대출액은 1억335만 원으로 18.6%나 급증했다. 벌어들인 돈보다 더 갚아야 할 빚의 속도가 더 빠른 '부채의 늪'에 빠진 형국이다.
노동의 질 또한 최악이다. 소상공인 대표자들은 주당 평균 48.6시간을 일터에서 보내며 분투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수익성 악화뿐이다. 실제로 조사 기간 중 폐업한 업체들의 80.6%가 그 원인으로 '매출 부진'을 꼽았다.
특히 온라인 매출 비중이 46.3%까지 늘어나는 시장 변화에 발맞춰보려 해도 월평균 115만 원에 달하는 배달 수수료와 플랫폼 광고비가 수익의 상당 부분을 잠식하며 소상공인들의 의지를 꺾고 있다.
가장 뼈아픈 수치는 사업 지속 이유다. 응답자의 32.6%는 사업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특별한 대안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이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36.9%)와 맞먹는 수치로, 상당수의 자영업자가 자발적 선택이 아닌 '떠밀리듯' 영업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제 단순한 자금 수혈 위주의 지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계 상황에 직면한 소상공인에게는 과감한 전업 지원이나 재취업 프로그램 같은 '안전한 퇴로'를 열어주고, 사업을 지속하는 이들에게는 플랫폼 수수료 부담 완화와 같은 실질적인 '수익 구조 개선' 등 맞춤형 정책 처방이 절실한 시점이다.
시석중 경기신보 이사장은 "이번 백서는 단순한 통계 자료집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와 방대한 데이터를 결합해 소상공인의 현실을 입체적으로 진단한 보고서"라며 "이를 바탕으로 구조적 문제를 정확히 짚고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연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신보는 앞으로 데이터 기반의 정밀 맞춤형 지원을 통해 소상공인의 사업 성공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소상공인 백서는 도내 31개 전 시군의 소상공인 3100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2024년 10~12월, 2025년 10~12월 등 두 차례에 걸친 방문 면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s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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