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격제 첫날…시민 체감은 '글쎄' 주유소 업주들은 '울상'(종합)

"2260원에 사입한 경유는 어쩌나?" 재고 채운 업주들 한숨
시민들 "기름값 아직 크게 안내려"…가격 반영 시간 걸릴 듯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13일 서울 마포구 SK에너지 양지주유소를 찾아 유가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2026.3.13 ⓒ 뉴스1 안은나 기자

(전국=뉴스1) 배수아 유재규 박정현 장예린 이시우 최성국 박서현 이종재 신관호 윤왕근 한귀섭 김기현 기자 = 중동사태로 국제유가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첫 날인 13일 전국 일선 주유소들은 판매 가격을 낮추는 분위기였다. 시민들은 가격이 내려가 반긴 반면, 높은 가격에 탱크를 채운 주유소들은 당장 가격을 내리지 못해 답답해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오전 10시쯤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내 한 주유소는 평상시보다 주유하려는 차들로 붐볐다. 한 시민(30대·수원)은 "어제 주유하려다가 오늘부터 기름값이 내린다는 게 생각나 하루 더 기다렸다가 넣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박 모씨(30대·남)도 "회사 일 때문에 매일 차를 많이 모는 편인데, 중동 사태로 걱정이 많았다. 최근엔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하루 빨리 기름값이 내려가 서민들 부담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기 안산의 한 주유소에서 만난 김 모씨(30대·직장인)는 "사실 1700원대 후반 가격도 비싸게 느껴진다"며 "그래도 1900원, 2000원 웃도는 가격으로 휘발유를 넣다가 1700원대로 넣는건데 여전히 체감은 비싸다"고 했다.

울산 중구의 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던 안준원 씨(39)는 "기름값이 떨어지는 것은 좋지만, 아직 주유소 판매가가 정부가 정한 가격보다 높아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부산 지역 오토바이 운전자 최모 씨(40대·남)는 "최고가격제가 시행된다고 들었는데, 주유소마다 가격이 여전히 다른 것 같다"며 "오늘 여러 동네를 돌아다니며 봤는데, (리터당) 1700원대 중반부터 1800원대 후반까지 다양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가격이 비슷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전했다.

박모 씨(40대·용인)는 "예전에는 주유소 (운영)하면 부자였는데 요즘은 대부분 적자인 곳이 많다고 들었다"며 "그래서 주유소들이 '이때가 기회'라고 작심하고 (판매)가격을 올린 게 아닌가. 앞으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1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와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적용되며 1차 최고가는 공급가격(도매가) 기준 휘발유 1리터당(L) 1724원, 경유는 1713원으로 책정됐다. 2026.3.13 ⓒ 뉴스1 최지환 기자

그러나 주유소를 운영하는 이들의 말은 달랐다. 현재 주유소에서 보유 중인 석유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전에 높은 가격으로 공급받은 물량들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정부 정책이 '독단적'이라며 반감을 표시했다.

수원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업주 A 씨는 "지난 6일 돈 긁어모아 (리터당) 2260원에 경유를 사입했다"면서 "3월 1~12일 받은 기름에 대해서는 정부가 소급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대통령이 '바가지'는 신고하라고 했다는데 우리가 가격을 다 걸어두고 장사하는데 뭔 바가지 타령이냐"고도 했다.

인근의 다른 주유소 업주 B 씨도 "난 9일 목구멍까지 (유류)탱크를 채웠다. 안 그래도 아까 정유사 측이랑 통화했는데, 이전 출하분에 대해서는 소급 정산이 없다는 게 확정됐다고 한다"며 "소급 안 해주면 주식 손해 봤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 정부가 시장 개입해 여럿 죽이는 꼴 아니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충남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C 씨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C 씨는 최고 가격제 시행 이전에 공급받은 물량이 남아 휘발유 판매가격을 전날과 같은 1900원대로 유지했다. C 씨는 "현재 탱크에 저장된 휘발유는 1870원대에 공급받은 것"이라며 "기름값을 낮추면 손해를 보고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충남 일부 주유소는 발 빠르게 1780원대로 가격을 낮춰 소비자를 끌었지만, 대부분 주유소는 가격을 크게 낮추지 못했다. 실제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 충남 지역 휘발유 1리터당 평균 가격은 1905원으로 전날 1919원에서 14원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일부 주유소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낮춰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 주와 이번 주 초에 사입한 기름이 아직 이번달 말까지 쓸 게 남아있는데도 인근 주유소가 가격을 먼저 내리면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날 수원의 한 주유소에서는 실제 한 손님이 주유소 직원에게 "여긴 17xx대가 아니네요?"하고 핀잔을 주는 모습도 보였다. 해당 업주는 "손님들에게 그건 정유사 공급가라고 여러번 안내를 해도 다들 이해를 못한다"고 답답해 했다.

정부가 시행한 최고가격제는 정유사의 공급가격에 적용된다. 소매상인 주유소는 1724원(휘발유 1리터 기준)에 공급받은 뒤 부대비용과 중간이윤을 붙여 소비자들에게 판매가를 정한다. 이 때문에 '최고 가격제'가 시행됐다고 해도 당분간 업장별 가격 차이 등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13일 휘발유 가격이 1757원으로 부산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해운대구 한 주유소에서 차량들이 주유를 하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2026.3.13 ⓒ 뉴스1 윤일지 기자

이에 시민들은 좀 더 저렴한 주유소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다.

김모 씨(30대·여 수원)는 "'오피넷'이란 걸 처음 검색해 봤다"면서 "오늘 시간이 좀 있어 인근에 그나마 제일 저렴한 곳을 일부러 찾아왔다"고 말했다.

배지원 씨(26 울산)는 "기름값이 떨어졌다고 들었는데 거주지 주변 주유소들은 여전히 리터당 1800원대 이상을 유지해 가장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왔다"고 했다.

주유소마다 비축된 물량과 사입한 가격이 다르다보니 주유소별 가격이 다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름값은 어느정도 안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윤종호 한국주유소협회 강원도지회 사무국장은 "기름값 상승 당시 받았던 물량이 소진되는 이후부터 ‘석유 최고가격제’의 영향을 크게 받아 휘발유와 등유 가격에도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게 되면 다음 주 초에는 기름값이 어느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정유사의 공급가격 최고액을 리터당 보통 휘발유는 1724원, 자동차용 경유는 1713원, 실내 등유는 1320원으로 지정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이번 조치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내 석유제품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가격 변동 상황을 고려해 최고가격을 2주 단위로 조정할 계획이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