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팩토리' 경기도, '기술 허브'로의 진화는 왜 더딘가
경기도 제조업체 1747개, 전국 40% 육박하는 압도적 생산 기반
특허 영향력 0.94로 전국 평균 하회…'제조 노하우'의 자산화가 핵심
- 송용환 기자
(수원=뉴스1) 송용환 기자 = 대한민국 화장품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통로, 경기도의 화장품 산업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생산량으로는 이미 국내를 평정했지만, 미래 경쟁력을 담보할 '기술의 질' 측면에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17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경기도 화장품 제조 경쟁력의 기술 전환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는 명실상부한 국내 화장품 산업의 메카다. 2024년 기준 도내 제조업체 수는 1747개로 전국(4439개)의 39.4%를 차지한다. 종사자 수 역시 1만3565명으로 전국 지자체 중 독보적 1위다.
하지만 기술 지표를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능성 화장품 유효특허 2만3877건 중 경기도의 점유율은 14.0%(3341건)에 불과하다. 업체 10곳 중 4곳이 경기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수치다.
지표를 세분화하면 경기도 화장품 산업의 민낯이 더 뚜렷해진다. 경기도의 시장 확보력 지수는 0.97로 전국 평균(0.91)보다 높다. 이는 도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 진출이나 제품화 단계에서의 권리 확보에 매우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기술의 파급력을 나타내는 특허 영향력 지수는 0.94로 전국 평균(0.96)에 못 미친다. 이는 경기도의 기술 활동이 원천 소재 개발보다는 당장 시장에 내놓을 제품의 제형이나 공정 개선 등 '실용적 기술'에 치우쳐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자외선 차단(0.9%)이나 미백(2.4%) 같은 원료 기반 기술의 특허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도내 지역별 편차도 극명하다. 화성(19.8%), 용인(15.0%), 성남(14.4%), 수원(9.9%) 등 4개 시군에 기술 역량이 집중돼 있다. 특히 남부권의 대규모 제조 벨트와 중부권의 IT·BT 융합 허브 간의 유기적인 기술 공유가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보고서는 현장의 제조 경험이 기업 내부에만 머물고 데이터나 특허로 자산화되지 못하는 구조를 경고한다. 숙련된 제조 기술이 '기록된 지식'으로 변환되지 않으면 산업 전반의 기술 축적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은 이제 '누가 더 빨리 만드느냐'가 아닌 '누가 더 과학적인 근거(Science-based)를 가지고 있느냐'의 싸움으로 변하고 있다.
보고서는 정책의 중심축을 옮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한 공장 증설 지원이나 마케팅 보조를 넘어 △현장 제조 노하우의 특허 자산화 지원 △취약한 원료·소재 분야의 집중 R&D △기능군별 차별화된 기술 형성 경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현곤 경과원장은 "이번 보고서는 경기도 화장품 산업의 제조 경쟁력을 기술 축적 관점에서 재조명한 분석"이라며 "지역 제조 기반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향후 산업정책과 지원 방향을 검토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s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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