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전 '산재' 이어 또 '대형 화재'…SPC삼립 잇단 악재

시화공장, 작년 5월 '근로자 끼임사' 경찰 수사 중
李 대통령 질책에도 사고 반복…"부정 여론 직면"

(시흥=뉴스1) 김기현 기자 =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 안전불감증이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8개월여 전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한 경찰 수사가 한창인 상황에서 '대형 화재'라는 악재가 겹친 탓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잇단 안전사고를 두고 경영진을 질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재차 큰 사고가 터지면서 일각에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오후 경기 시흥시 정왕동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6.2.3/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SPC삼립 시화공장서 큰불…근무자 12명 중 3명 경상, 9명 대피

3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59분께 시흥시 정왕동 SPC삼립 시화공장 생산동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50대 남성과 20대 남성, 40대 여성 등 근로자 3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가벼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총구조 인원은 2명, 대피 인원은 10명으로 집계됐다. 추가 인명 피해 여부는 현재까지 확인 중이라고 소방 당국은 전했다.

관계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7분 만인 오후 3시 6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장비 57대와 인력 135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대응 1단계는 인근 4곳 이하 소방서의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으로, 화재 규모와 피해 정도에 따라 2·3단계로 확대된다.

불은 식빵 생산라인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현장에는 주간 근무에 투입된 12명이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SPC삼립 시화공장은 연면적 7만 1737㎡ 규모로, 철근 콘크리트조 건물 7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7개 동 중 하나인 생산동은 지하 1층~지상 4층 크기다.

시흥시는 오후 3시 16분께 안전 안내 문자를 통해 '공장 화재 발생으로 검은 연기가 다량 발생 중. 주변 차량은 우회하시고, 인근 주민분들께서는 창문을 닫는 등 안전에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알렸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불을 완전히 끄는 대로 구체적인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흥서장 등 80명이 화재 현장에 출동해 교통 통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폐쇄회로(CC)TV 확보 및 현장 감식 등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오후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경찰차량이 근로자 안전 사고 관련 합동 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5.5.2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근로자 끼임사' 수사 한창인데…8개월여 만에 '대형 화재'까지

일각에서는 8개월여 전 근로자 사망사고로 아직 경찰 수사 절차를 밟고 있는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대형 화재까지 발생한 점을 두고 안전불감증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5월 19일 오전 3시께 SPC삼립 시화공장에서는 50대 여성 근로자 A 씨가 크림빵 생산라인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그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 내부 좁은 공간에 들어가 윤활유를 직접 뿌리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타원형 형태인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는 높이가 3.5m 정도로 생산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뜨거운 빵을 식히는 역할을 수행한다.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를 원활히 작동시키기 위해선 겉면에 장착된 주입구를 통해 윤활유를 넣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활유는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에 탑재돼 있는 자동 분사 장치를 통해 주요 구동 부위에 뿌려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만간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형사 입건한 센터장(공장장) B 씨 등 공장 관계자 4명 신병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7월25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2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대통령도 질타한 '안전사고 다발' SPC…"부정 여론 피하기 어려워"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SPC는 안전사고 다발 사업장이란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돼서 대통령까지 직접 방문해 경영진을 질타한 곳"이라며 "당시 경영진들은 안전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7월 25일 SPC삼립 시화공장을 직접 찾아 SPC 경영진들을 상대로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데 대해 강하게 질책한 바 있다.

그동안 SPC 계열사에서는 근로자 사망·부상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는 2022년 10월 15일 20대 여성 근로자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빨려 들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또 50대 여성 근로자가 작업 중 손가락이 기계에 끼여 골절상을 당하거나 20대 외주업체 직원이 컨베이어가 내려앉는 사고로 머리를 다쳤었다.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는 2023년 8월 50대 여성 근로자가 반죽 기계에 끼여 사망하기도 했다.

이 명예교수는 "이번 화재 사고가 노동자 안전과 관련돼 있는지, 아니면 또다른 형태의 사고인지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국내 식품업계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SPC에서 이런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행법상 기업이 중대재해에 대한 여러 책임을 지게끔 돼 있지만, 충분히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제도적인 틈이 발견된다면 보완이 필요하다"며 "분명한 것은 SPC가 안전사고 다발 사업장이라는 측면에서 부정적 여론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립 관계자는 "현재 공장 전체 가동을 중단했으며, 소방당국과 협조해 화재 진압 및 현장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3명이 대피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했고, 그 외 추가적인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화재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사는 임직원 및 현장 인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조치하고 있으며, 관계 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화재 경위와 원인을 신속히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