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5명 살해' 50대 가장, 2심도 무기징역…"평생 속죄해야"
재판부 "생명 박탈보다 영구히 사회에 격리하는 것이 현명"
검찰 "무기징역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지 않아 사형 선고를"
- 김기현 기자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사업 실패 후 노부모와 처자식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기징역에 처했다.
24일 수원고법 형사2-1부(고법판사 김민기 김종우 박광서)는 존속살해 및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씨 선고공판을 열어 원심과 동일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1심 판결 선고 후 피고인의 업무상 배임죄 등 사건 판결이 확정돼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어 원심은 파기돼야 한다"며 선고 사유를 밝혔다.
양형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낳아 길러준 부모와 평생 함께할 반려자, 어엿한 성년이 돼 꿈을 실현하던 두 딸을 살해했다"며 "비통한 피고인 범행은 차마 입에 담기조차 버겁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정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소중한 공동체로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가족은 서로를 신뢰하고 지지하며 엄혹한 시기에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라며 "피고인 범행은 과연 우리 사회가 이를 용인할 수 있는지 묻고 있는데, (저는) 이 질문에 답하기가 몹시 두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검찰이 구형한 사형 선고 여부와 관련해 "대법원은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사형 선고를 허용하는 엄격한 법리를 확립해 왔다"며 2004년 이후 사형이 확정된 15개 사건 주요 양형 요소를 제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사형이 확정된 사건들은) 주로 강도, 강간 등 중대범죄나 살인죄가 결합돼 있거나 방화, 흉기 사용 등 범행 수법이 잔혹한 사건들로 이 사건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을 엄중한 형으로 처벌할 사정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누구라도 수긍할 만큼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명을 박탈하는 것보다 사형 외 형벌로서 중한 형을 선고함으로써 영구히 사회에 격리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된다"며 "살아 숨 쉬는 모든 순간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속죄하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지난 4월 14일 오후 8시~15일 0시께 경기 용인시 수지구 소재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80대 부모, 50대 부인, 10~20대 두 딸에게 수면제를 탄 요구르트 등을 먹여 잠들게 한 후 차례로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범행 후 "모두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메모를 남기고 이튿날인 15일 새벽 승용차를 이용해 사업차 머물던 광주광역시 오피스텔로 달아났다가 같은 날 오전 검거됐다.
주택건설업체 대표였던 그는 광주지역 일대 민간임대아파트 신축 및 분양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다 사기 분양으로 고소를 당하고 수십억 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계획적 범행인 점, 5명의 가족이라는 피해자 숫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을 형법이 정한 가장 무거운 형이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검사 의견에 수긍할 만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여러 양형 요소, 재범 위험성 등을 두루 참작하고 사형이 확정됐던 사건들을 고려해 보면 사형에 처해야 할 만한 사정이 완벽히 존재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항소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이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 결심공판에서 "가족들이 먹을 수면제 가루를 만들기 위한 도구도 미리 구입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은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원심 때와 같이 재차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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