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한국인이었을 수도…” 국내 첫 외국인 주지 인공 스님
[인터뷰] 양주 회암사 주지 맡은 인도 출신 승려
'보스턴 사리 환수' 기여…작년에 한국 국적 얻어
- 이상휼 기자
(양주=뉴스1) 이상휼 기자 = "전생에 한국 중이었을 것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나 역시 아니라고는 하지 않는다. 전생에 부처의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어 한 한국인 스님이었을 수도 있다."
경기 양주시 천보산 중턱의 사찰 회암사 주지는 인도 출신 1992년생 인공 스님이다. 그는 한국인 같은 외모에 유창한 우리말을 구사하지만 고향은 인도 히말라야 자락 타왕이라는 도시다.
윤회전생을 설파하는 티베트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그는 전생에 한국 스님이었다고 생각한다. 산을 좋아해 이번 생에 히말라야산맥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인연을 따라 전생에 살던 한국으로 온 것이라 여긴다.
회암사는 고려 말인 1328년 인도 승려 지공 선사가 지었다고 한다. 지공은 석가모니가 활동한 마가다국에서 태어나 8세에 출가했고, 티베트와 중국을 거쳐 고려에 들어와 2년 7개월을 머물며 회암사를 짓고 우리나라 불교에 큰 영향을 끼쳤다.
지공의 제자 나옹, 나옹의 제자 무학은 여말선초 불교 중흥을 이끌었고 이들의 부도탑은 회암사에 나란히 세워져 있다.
인도 출신 승려가 창건한 회암사에 700년이 지나 다시 인도 출신 승려가 주지로 부임한 건 신기하고도 묘한 인연이다.
인공 스님은 7세 때 겔룩파 계열 티베트 사원으로 출가했다. 이어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을 알게 됐고, 12세 때 티베트 불교를 공부하러 온 한국인 승려를 만나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인공이 머물던 사원에는 당시 3500명의 승려가 있었는데, 한국인은 1명이었다고 한다. 한국인 승려는 어린 인공을 눈여겨보고 "한국에서 공부해 보라"고 권했다. 그는 18세 성인이 되자마자 한국으로 왔다.
인공은 한국에 오고 1년이 지났을 무렵 기흉 진단을 받았으나, 주변의 도움으로 수술받아 건강을 되찾았다. 그는 "인도에 있었더라면 치료를 제대로 받았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우리나라에 정착하기로 결심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의료 인프라라고 한다.
그는 양산 통도사를 비롯해 전국 각지 사찰에서 수행했으며, 자재암 동굴 법당에서는 1년 6개월간 기도 수행을 했다. 2023년 회암사 주지가 공석일 때 그를 눈여겨본 봉선사 교구장 스님이 '인도 스님과 인연이 있는 회암사에 가 덕업을 쌓아보라'며 주지 대행(부주지)으로 임명했다.
이듬해 5월 미국 보스턴미술관에 있던 '석가여래' '정광여래' '가섭여래' '지공' '나옹' 등 3여래 2조사의 사리가 85년 만에 국내로 환수돼 회암사에 영구 봉안됐다. 인공 스님은 당시 주지 대행을 맡은 공로를 인정받아 주지로 승격, 외국인 출신 첫 주지 스님이 됐다.
인공 스님은 작년엔 특별귀화를 통해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했다. 인도는 2중 국적을 허용하지 않기에 영주권만 유지하고 있다.
인공 스님은 "부처 사리가 원래 있던 회암사로 돌아온 것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라며 "사리 환수 과정에 고생한 분들이 너무나 많은데, 난 주지를 맡은 덕에 취득하기 어려운 한국 국적도 얻었다"고 전했다.
그는 외국인 승려 5명을 우리나라로 데려와 수행의 길에 들어서게 했다. 앞으로도 외국인 스님들에 우리나라 불교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울러 그는 고향 타왕에서 교육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만들 계획이다. 인도엔 의무 공교육 개념이 없어 어린 시절부터 농사나 목축업 등 노동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인공 스님은 내년에 유치원과 초·중등 학교를 개교할 목표를 세우고 인도 현지에서 땅도 매입했고, 학교 이름은 달라이 라마에게 부탁해 현지명으로 지었다고 한다. 이 시설을 운영할 단체이름은 '매화누리'로 정했다.
그는 "매화가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향기를 뽑아내듯, 아이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꿋꿋하고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설명했다. 인공 스님은 해당 학교를 종교와 무관한 학교로 운영할 방침이다.
인공 스님은 "한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다. 물질적인 면을 비롯해 모든 면에서 인도보다 훨씬 풍요로운데, 그에 반해 한국인들 마음에 스트레스가 너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며 "작은 것에 만족할 수 있는 마음,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본인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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