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송년회 시기, 구급대원 지키는 일은 곧 현장을 지키는 일
(수원=뉴스1) 최용철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 전담 직무대리 =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이 다가왔습니다. 오랜만에 가족이나 친구들, 동료들과 송년회와 각종 모임을 통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입니다.
이때 119 구급대원들은 평소보다 더 많은 신고와 복잡한 현장을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연말에는 주취 관련 신고 증가와 함께 구급대원 폭행을 포함한 소방활동 방해사건이 반복되면서 현장의 긴장도는 더욱 높아집니다.
실제로 경기도 내에서는 최근 5년간(2020년~2025년 7월) 총 378건의 소방활동 방해사건이 발생했고, 이 중 309건(81.7%)이 주취 상태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구급대원을 향한 폭력은 단순한 '사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대원이 다치면 구급대의 이송활동은 불가피하게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폭력의 최종 피해자는 대원이 아니라 그 출동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우리 이웃일 수 있습니다.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이 1분 단위로 급격히 낮아지는 만큼, 현장 지연은 곧 생명 소생의 지연입니다. 폭력은 대원을 다치게 하고, 지연은 생명을 위태롭게 합니다.
또한 폭행은 구급대원들에게 물리적 상처를 넘어 트라우마라는 보이지 않는 후유증을 남기기도 합니다. 폭행 피해를 경험한 대원 상당수는 다음 출동에서 경계심·불안·수면장애 등을 겪고, 경우에 따라 현장 복귀가 지연되기도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이미 강력한 제도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2018년 제정된 'Assaults on Emergency Workers Act'에 따라 응급종사자 폭행 시 최대 1년의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도 응급서비스 종사자 폭행에 대해 의무적 최소 형량과 가중처벌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즉, 두 나라 모두 현장을 보호해야 시민의 생명이 지켜진다는 원칙을 법과 제도로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구급대원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곧 우리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신고 현장에서 아래 원칙을 꼭 기억해 주십시오.
구급대원이 접근하면 대원의 요청에 따르는 것. 또한 대원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손을 대는 행위, 구조 활동 공간을 막는 행동은 '1초'라는 이송을 지연시키고, 그 1초가 누군가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습니다. 119는 그 1초라도 구하고 싶습니다.
현장을 방해하지 않고, 대원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생명 보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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