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몰래 염탐한 30대 '스토킹 범죄'…항소심서 감경

실형 선고한 원심판결 파기…"스토킹 재발 우려 차원"
수원고법 "게시글·방문 만으로 공포심 유발 인정 안돼"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수원=뉴스1) 유재규 기자 = 중학교 동창생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노출시켰다는 스토킹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경된 형량을 선고 받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제1형사부(고법판사 신현일)는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33)에 대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보호관찰 및 40시간의 스토킹 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A 씨는 원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 받았다.

A 씨는 2023년 6월 중학교 동창생인 B 씨(33·여)의 SNS 계정을 알게 된 뒤, 같은 해 7~8월 B 씨의 계정에 약 20차례 접속해 자신의 존재를 B 씨에게 꾸준히 각인시켰다는 스토킹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SNS는 '스토리'라는 서비스를 갖추고 있는데 이는 사진, 동영상, 텍스트 등 계정 주인이 다양한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장치다.

타인이 자신의 스토리를 열람하게 되면 계정 주인은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A 씨는 이 점을 이용해 B 씨에게 자신의 존재를 계속 노출시켰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A 씨는 B 씨를 연상하게 하는 숫자를 조합해 이를 자신의 SNS에 게시하기도 했다.

B 씨는 자신에게 이같이 지속적으로 노출시킨 A 씨에 대해 불안감 및 공포심이 생기자 이를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심은 A 씨가 자백한 점, 검찰이 제출한 증거목록 및 피의자조서에 따라 모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방해하고 및 자신의 평온이 침해되는 것이 지속된다면 이는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는데 B 씨에 대한 직접적인 연락 또는 언급을 확인할 수 없다고 2심 재판부는 판단했다.

A 씨가 B 씨를 연상하게 하는 숫자를 조합해 이를 올렸는데 굳이 A 씨의 SNS에 방문하지 않았다면 해당 게시글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부연설명 했다.

비록 B 씨를 암시하는 게시글로 추정되긴 하나, A 씨 본인만 해석할 수 있는 영역이고 실제로 특별한 의미가 없는 숫자 조합도 기재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를 스토킹 범죄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작성한 글을 인식하기 위한 B 씨의 행위는 A 씨의 계정을 적극적으로 방문했다는 행동으로 판단된다"며 "또 A 씨가 작성한 게시글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이 유발된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 집행유예 5년으로 선고가 났는데 이례적인 판결은 아니지만 법조 관련 직군이 아닌 일반 사람이 이해하기에 의문이 들 수 있다는 평도 나온다.

이에 한 법조 관계자는 "징역형에 비례해 집행유예가 선고 되는데 A 씨의 범죄 행위가 실형으로 선고할 만하다고 해석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내려진 판결로 보인다"며 "관련 범죄의 재발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집행유예 기간을 오래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