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아버지' 살해한 범인…쌍둥이 형도 아버지 살해했다[사건의 재구성]
- 배수아 기자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우리 아빠 재산만 20~30억이야. 날 도와주면 내가 너 승용차도 한 대 사주고 1000만 원 줄게. 어때?"
어느 날, 같이 사는 고등학교 동창의 은밀한 제안이었다.
"네 아버지를 살해하자고?"
학생 시절부터 엄격했던 아버지에게 친구가 적개심을 갖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자니.
"대부업체에서 1400만 원 대출 받은 것도 이미 다 써버리고. 갚을 방법도 없는데 계속 상환하라고 독촉해서 미치겠어. 아빠 죽으면 아빠 재산 처분해서 내가 쓰려고."
A는 결국 친구 B의 아버지를 살해하는데 가담하기로 했다.
이들이 범행 날짜로 정한 날은 2013년 7월 21일 저녁. B의 아버지는 아들의 얼굴을 보자 반가운 나머지 아무 의심없이 현관문을 벌컥 열었다. 그 순간 A는 쇠파이프로 친구 아버지의 머리를 가격했다. 수차례 더 가격해 아버지가 실신하자 이들은 주방에서 흉기를 가져와 아버지를 수회 찔렀다.
이후 근처 아울렛에서 구입한 여행용 가방에 아버지의 시신과 범행도구를 모조리 집어 넣은채 이들은 콜택시를 불러 전남 나주로 향했다. 아버지 시신이 담긴 가방은 어느 한 저수지 속으로 깊이 빠졌다.
이들은 범행 후 아버지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태연함도 보였다. 가전제품을 판 돈으로 생활비에 충당하고 아버지 신용카드로는 유흥비에 탕진했다. 아버지 소유의 주택과 주식을 처분하기 위해 위임장을 위조하기도 했다.
죄의식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이들에게 당시 1심을 심리한 수원지법 제11형사부는 A에게는 징역 30년을, B에게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들은 항소·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이로부터 5년 후.
친구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수감 중인 A의 아버지가 A의 쌍둥이 형에게 살해당한 일이 벌어졌다.
A의 쌍둥이 형 C는 가정을 돌보지 않고 매일 술만 마시는 알코올중독자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컸다. C는 술만 취했다 하면 폭언과 폭행을 일삼고 가장으로서 무능력한 아버지가 미웠다.
2018년 12월 15일 저녁, 거실에서 아버지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너는 너 동생보다 더 나쁜 놈이다. 네가 동생 대신 징역에 들어가라. 이 집에서 나가라. 내가 죽으면 너한테는 십원 한 푼 없다"는 말을 듣자 C는 그동안 아버지에게 쌓였던 원망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C는 결국 아버지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했고, 이날 저녁 아버지는 끝내 숨지고 말았다.
C는 아버지의 시신을 화장실로 끌고 가 혈흔을 말끔히 씻어낸 후 아버지가 마치 화장실 바닥에 넘어진 것처럼 꾸몄다. 이후 5개월 동안이나 그대로 아버지의 시신을 화장실 바닥에 방치한 채 일상생활을 아무렇지 않게 영위했다.
C의 1심을 심리한 수원지법은 "피고인은 폭행을 하던 중 피해자를 비웃으며 피해자의 육성 일부를 녹음하기도 했다"면서 "피고인의 범행 방법이 잔인하고, 피해자는 사망에 이르는 동안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C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이어 "피고인은 사체를 5개월동안이나 화장실에 방치하면서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아버지의 휴대전화로 작은아버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심지어는 친구들을 불러 친부의 사체가 썩어가는 곁에서 술을 마시기도 했다"면서 "매우 패륜적이고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C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이후 대법원 상고심에서 확정됐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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