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되고 안 되는지도 몰라" 국민들 '불편' 민원에 공무원 '비명'(종합)

행정복지센터, 민원인 북새통…무인민원발급기 ‘전멸’
우편·택배, 교육, 조달까지 전방위적인 영향 계속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전산망 일부가 마비된 가운데 29일 경북 포항시청 민원실에 있는 여권 발급 창구에 업무가 지연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5.9.29/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전국=뉴스1) 최대호 기자 =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로 촉발된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가 나흘째 이어지며 전국 각지에서 시민 불편이 속출하고 있다. 무인민원발급기부터 온라인 행정 서비스, 우편·택배, 교육, 조달까지 전방위적인 영향이 계속되고 있다.

29일 경기 수원의 한 행정복지센터. 대출에 필요한 등·초본을 발급받으러 온 A 씨는(60대) “무인민원발급기가 안 돼 직접 창구에 오니 10명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며 “서류 하나 받는 데 1시간이나 걸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입신고, 확정일자 신청, 임대차 계약 신고 등 주요 부동산 관련 민원도 여전히 중단 상태다. 일부 센터는 외국인 민원업무를 전면 중단했고, 월요일 아침 대기행렬이 이어지는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졌다.

교육·복지·우편서비스 줄줄이 먹통…“뭐가 되고 안 되는지도 몰라”

교육부의 ‘나이스 학부모 서비스’와 ‘교육비 원클릭 시스템’은 여전히 복구가 지연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교육급여나 수급자 증명서 발급도 온라인이 아닌 직접 방문으로 바뀌면서 저소득층 불편이 크다는 지적이다.

우체국의 등기·택배 접수도 큰 차질을 빚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택배용 카드 결제가 안 돼 현금을 인출하거나, 신선식품 접수를 거부당한 시민들이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특히 추석 명절을 앞두고 농산물, 수산물 등의 배송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전과 충남, 전북, 경남 등에서는 우체국 내부에서 수기로 등기증을 작성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한 우체국 직원은 “구버전 시스템 가동도 안 돼 수기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성북구청 내 무인민원발급기에 이용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9.2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나라장터·정부24 등 공공서비스도 마비…“60만 조달기업 초비상”

정부24와 함께 장애가 발생한 대표적인 시스템 중 하나는 조달청의 '나라장터'다. 평시에도 일평균 11만 건의 입찰이 몰리는 시스템이 추석 전 업무 마감과 겹쳐 사실상 중단되면서, 공공기관과 60만 조달기업이 업무 차질을 겪고 있다.

경기도 산하 B 기관은 나라장터 장애로 특정 사업 입찰 기한을 연장하는 조치를 취했고, 대구시와 경북도는 공공서비스와 세금 납부, 서류 제출 기한 등을 연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고로 전산망 647개 중 47개 시스템만 복구됐다고 밝혔다. 화재로 전소된 ‘7-1 전산실’ 내 96개 시스템은 복구 대신 대구센터로 이전 중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대구센터를 방문해 복구 상황을 점검했다.

수기로 민원 접수…공무원들도 ‘비명’

일부 지자체 민원창구에서는 도로명주소 조회나 주민등록 조회가 불가능해 수기로 접수하는 방식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 중구청은 도로명주소 OpenAPI 장애로 온라인 민원 접수가 전면 중단됐다며 벽보를 부착해 안내하고 있다.

행정공무원들은 “수기로 하나하나 작성하다 보니 업무량이 몇 배로 늘었다”고 호소했다. 구미시는 주민등록 등초본 등 민원 서류의 발급 수수료를 10월 2일까지 전면 면제하기로 했다.

한편 여권발급, 가족관계증명서 발급 등 일부 업무는 복구된 시스템을 통해 정상 운영되고 있으나, 지역별 편차가 크다. 울산시와 진주시 등은 여권업무는 정상화됐다고 밝혔고, 전북도청 민원실에서도 여권 접수는 큰 혼란 없이 이뤄졌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행정정보시스템 화재 관련 농림축산식품부 대응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2025.9.29/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정부 “전담대응반 구성”…재난 수준 대응

행정안전부는 이날 “전담 지원반을 가동해 정부24 등 복구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센터 화재 이후 일부 시스템은 민관협력형 클라우드 체계로 이전해 운영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다.

각 지자체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리고, 상황실 운영 및 시민 홍보에 나서고 있다. 경남도는 “사회보장 급여나 민간보조금 등 추석 전 예산지출에 차질이 없도록 수기처리 등 대안 마련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향후 유사 사태에 대비해 2중화, 실시간 감시체계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강교현·강정태·김기현·김세은·남승렬·박민석·박정현·박찬수·배수아·송용환·조민주·장수인·정우용·최창호·최형욱·한송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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