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안전 정책 시스템 으로 주목받는 ‘용인시 안전문화살롱’

아파트 대피안내 표지판·어르신 동행 서비스…안전 정책 산실
시청·교육청·경찰서·소방서 등 6개 기관장 정기 안전 정책 논의

지난 6월 18일 상하초에서 진행된 캠페인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용인시 제공)

(용인=뉴스1) 김평석 기자 = 경기 용인특례시가 전국 최초로 재난이나 범죄 등으로부터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특수시책으로 시행 중인 안전문화살롱이 대도시 안전을 위한 정책 협력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파트 화재 시 대피 안내 표지판 부착, 무단 방치 개인형 이동장치(PM) 정비 규정 마련, 노후주택 밀집 지역 소방시설 우선 설치, 고령 어르신 동행 서비스 시행 등 시민 안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논의해 선도적으로 시행하고 있어서다.

용인시 안전문화살롱은 용인시장, 용인교육지원청과 용인동부경찰서, 용인서부경찰서, 용인소방서, 용인서부소방서 등 6개 기관의 장이 정기적으로 만나 시민의 안전을 위한 정책을 논의하고 기관들 사이의 정책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만든 포럼이다. 개별 기관이 추진하기 어려운 정책들도 발 빠르게 채택해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23년 12월 7일 용인시청에서 첫 모임을 가진 것을 시작으로 올해 7월 24일까지 13번 회동했고, 오는 9월 11일 열네 번째 모임이 예정돼 있다.

안전문화살롱은 지난 2023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림역 칼부림 사건(8월)과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9월) 등 ‘묻지마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자 시민 안전을 책임질 기관들이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출범했다.

그해 10월 말 이상일 시장과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 김경진 용인동부경찰서장, 이종길 용인서부경찰서장 등이 만난 자리에서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의 장이 정례적으로 만나 소통하고 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

첫 번째 안전문화살롱 회의는 2023년 12월 7일 용인시장실에서 열렸고 이상일 시장과 용인동부경찰서장, 용인서부경찰서장, 용인소방서장 등 시내 안전 관련 4개 기관장이 참석했다. 이후 학생 안전을 논의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용인교육지원청장도 참석하게 됐고, 용인서부소방서가 지난해 6월 19일 문을 열면서 용인서부소방서장을 포함한 6인 회의 체제로 발전했다.

안전문화살롱은 출범 이후 매달 열리다 올해 7월부터 격월제로 전환됐다. 모임은 6개 기관이 돌아가며 주관한다. 해당 회 차 모임을 주관하는 기관이 논의 안건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제는 재난이나 범죄예방은 물론이고 안전교육과 안전문화 확산 등 시민의 안전에 관한 모든 것이 대상이다.

;지난 7월 17일 진행된 안전문화살롱에서 이상일 시장(오른쪽 두번째)과 기관장들이 재난 지휘 차량의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용인시 제공)
아파트 화재 대비 등 다양한 정책 실행 옮겨

용인시 안전문화살롱은 13회까지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의 통학 안전이나 어르신 안전 대책 마련, 전기차 화재 대응 방안 강구, 노후주택 밀집 지역 소방시설 설치, 재난 대응 현장 지휘 차량 확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그중에서도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아파트나 복합건물 화재와 관련해 시민 안전을 지킬 방안들을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마련해 실행에 옮긴 게 눈길을 끈다.

지난해 2월 1일 용인소방서에서 열린 두 번째 안전문화살롱 회의에서 경기도의 한 아파트 화재 때 옥상으로 피하던 시민이 옥상으로 연결되는 문을 지나쳐 엘리베이터 기계관리실인 권상기실 앞으로 갔다가 사망한 사례가 보고됐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화재대피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상일 시장은 이에 필요한 예산 1억 600여만 원을 상반기 추경으로 확보해 전국 최초로 시내 모든 아파트와 오피스텔, 학교에 옥상출입문을 안내하는 표지판과 피난 안내 테이프, 피난 경로 이탈 방지 펜스 등을 설치하도록 했다.

올해 2월 6일 용인서부경찰서에서 열린 10회 안전문화살롱 회의에선 연 초에 분당의 8층 상가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방화문이 닫혀 있어 인명피해 없이 전원 구조된 사례가 보고됐다. 이에 이상일 시장은 즉석에서 ‘방화문 닫아두기’ 안내 스티커 보급을 약속했다. 전국 최초로 시내 아파트나 복합상가 등 3급 이상 소방안전관리 대상 건물 전체(6356곳)에 ‘방화문 상시 닫기’를 안내하는 스티커를 부착했다.

지난해 9월 5일 용인서부소방서에서 열린 제6회 안전문화살롱 회의에서는 노후·밀집 주택지역 화재 때 인명피해 비율이 약 2.5배 높다는 내용이 테이블에 올랐다. 이상일 시장은 소방 차량 진·출입이 어려운 노후·밀집주택지역에 단독경보형감지기와 소화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용인시는 전년도 500만원이던 관련 예산을 2000만원(4배)으로 늘렸다.

지난해 11월 7일 용인소방서에서 열린 안전문화살롱에서 소방대원이 완강기를 이용한 대피 방법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용인시 제공)
학생·청소년 안전 정책들도 채택

학생이나 청소년 안전을 위한 정책들도 다양하게 채택됐다.

지난해 7월 4일 용인교육지원청에서 열린 제5회 안전문화살롱에선 학교 주변 비탈면 안전 문제가 제기됐다. 시는 교육청의 정기 안전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학교 주변 비탈면 29곳을 올해부터 연 2회 진행하는 정기점검 대상에 넣어 안전 상태를 확인하도록 했다.

올해 1월 3일 용인동부경찰서에서 열린 제9회 안전문화살롱과 2월 6일 용인서부경찰서에서 열린 제10회 안전문화살롱에선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캠페인과 청소년 범죄예방 창작문화작품 전시 등의 안건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이상일 시장은 지난 6월 18일 기흥구 상하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핑크셔츠데이’ 캠페인을 교육지원청과 동·서부경찰서, 소방서 등의 기관장들과 함께 전개했다.

사이버도박이나 마약, 딥페이크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청소년 범죄예방을 위해 창작문화작품 전시에도 각 기관과 학교가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학생이나 청소년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시민 불편까지 초래하는 개인형 이동장치(PM)와 관련된 대응도 눈길을 끈다.

2023년 12월 7일 첫 안전문화살롱 회의에서 무단방치 PM을 정비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시는 ‘용인시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 및 안전 증진 조례’를 제정해 올해 1월 8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올해 3월 6일 열린 제11회 안전문화살롱 회의에선 PM 안전이용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PM 안전교육과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용인시가 수지구에 조성한 주민안심마을에 로고젝터가 설치돼 있는 모습.(용인시 제공)
안심마을, 어르신 안전 정책도 속속 시행

시민 안전을 위해 조성하는 주민안심마을과 안심공원, 범죄예방환경디자인(CPTED) 등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

용인시는 지난해 5월 2일 용인서부경찰서에서 열린 제4회 안전문화살롱 회의에서 채택된 주민안심마을 조성사업을 수지구 풍덕천동 일원(독골어린이공원 포함)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범죄예방환경디자인(CPTED)을 반영한 로고젝터와 지주형 비상벨, 디자인 조명 설치 등을 통해 112 신고율이 15%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시는 올해 10억 원을 투입해 추진 중인 푸르내근린공원 정비에도 로고젝터를 설치하고 범죄예방 시설물 등 범죄예방환경디자인(CPTED)을 가미한다. 여기에 경찰·소방·교육 등 관련 기관의 아이디어를 더해 안심공원으로 조성하고 있다.

올해 5월 1일 용인서부서방서에서 열린 제12회 안전문화살롱 회의에선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어르신 안전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화재 시 어르신 안전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따라 소방서 등과 협의해 소방안전교육과 화재경보감지기 보급 등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어르신 동행 서비스도 호응을 얻고 있다.

7월 24일 용인시청에서 열린 제13회 안전문화살롱 회의에선 시가 도입한 ‘재난대응 현장지휘차량’의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이 지휘 차량은 9석의 회의 테이블과 영상회의 시스템, 인파 밀집 감지 카메라, 사무기기 등을 갖추고 있어 재난 발생 시 현장 지휘소로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한편, 용인시는 시민 안전을 위해 다양하게 노력한 성과를 인정받아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행정안전부의 재난관리평가에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ad2000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