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우려 민원 있었는데”…오산 고가도로 참사 예고된 인재

전날 위험 민원에도 조치 없어…40대 운전자 참변
경찰, 중대시민재해 판단되면 오산시장 처벌도 가능

16일 오후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져 소방관들이 매몰된 차량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16/뉴스1 ⓒ News1 김기현 기자

(오산=뉴스1) 이윤희 김기현 기자 =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 붕괴 사고로 40대 남성 운전자가 숨진 가운데, 사고 하루 전 ‘붕괴 우려’ 민원이 접수됐음에도 현장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시의 미흡한 초기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붕괴 우려에 대한 민원은 있었지만 시의 조치는 없었고, 결국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사고는 지난 16일 오후 7시 4분께 오산시 가장동 가장교차로 수원 방면 고가도로 옹벽(높이 약 10m, 길이 약 330m)이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무너진 옹벽은 고가 아래 도로를 지나던 SM6 차량을 덮쳤고, 40대 남성 운전자 A 씨가 현장에서 약 3시간 만에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으나 병원 이송 후 숨졌다. 사고 당시 그는 퇴근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민원 있었다”…시민 경고 묵살

사고 하루 전인 15일 오전 7시 19분, 한 시민이 ‘2차로 오른쪽 지반 침하 및 빗물 침투 시 붕괴 우려’라는 내용을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오산시에 제보했다. 그러나 시는 같은 날 “유지보수 관리업체를 통해 긴급 보강공사를 하겠다”고 회신하고도, 실제 복구계획은 7월 18일로 수립했다. 사고는 그보다 앞선 16일에 발생했다.

시는 “민원 접수 직후 장비와 자재 확보를 진행하며 복구계획을 수립 중이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장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형식적인 대응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포트홀 복구하면서도 ‘아래 도로’는 무방비

사고 당일 오후 4시께 옹벽 위 도로에서는 직경 40㎝ 규모의 포트홀이 발생했고, 시는 즉시 복구 작업에 착수했다. 이어 오후 4시 30분부터 고가도로 양방향 차량 통제를 시작했으나, 고가 아래 도로는 끝내 통제되지 않았다. 결국 약 2시간 뒤 옹벽이 붕괴되면서 아래를 지나던 차량을 덮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현장 점검 중 사고”…시 대응 실효성 의문

시는 사고 당일인 16일 오후, 부시장 주재로 현장점검 회의를 열고 포트홀 발생과 관련한 안전조치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시는 관련 부서와 유지보수 업체 등이 참석해 고가도로 상부 통제와 향후 복구 방안을 검토했으며,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회의 도중인 오후 7시 4분께 옹벽이 무너졌고, 고가 아래를 지나던 차량이 매몰되며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 민원 접수 하루가 지나도록 하부 도로는 통제되지 않았고, 보강공사도 착수되지 않아 시의 판단과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밀점검 B등급에도 “붕괴 우려 있었다”

시는 “지난 6월 정밀안전점검에서 해당 옹벽은 B등급으로 판정돼 안전성에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점검 당시에도 ‘중차량 반복하중 및 고온에 따른 아스콘 소성변형’ 가능성이 제기됐고, 시는 이를 토대로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고 당일 오산 지역에는 64㎜에 달하는 많은 비가 내려 집중호우와 구조물 붕괴 간의 연관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까지 비와 사고 간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중대시민재해 여부 수사…시장 처벌 가능성도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17일 수사전담팀을 구성하고 이번 사고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돌입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법상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의 설치·관리상 결함으로 시민이 사망한 경우를 말하며, 지자체장의 형사책임까지 묻게 된다.

이 사고가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시설을 관리한 오산시장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현장 감식을 실시하지 못했으며, 복구가 마무리되는 대로 정밀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ly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