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AI 디지털 허브’ 유치…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부터 시작
김동연표 ‘북부 대개조’ 첫 성과…9개월 간 물밑작업 막전막후
- 최대호 기자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지난 13일 경기도청에서 체결된 ‘카카오 AI 디지털 허브’ 투자협약은 겉보기엔 깔끔한 서명식 하나로 끝났지만, 그 이면에는 9개월간 이어진 조용한 물밑 작업과 치열한 내부 전략이 있었다.
6000억 원 규모의 이번 투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핵심 정책인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첫 결실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기업 유치를 넘어 정책성과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지난 2022년 10월, SK 판교 캠퍼스에서 발생한 화재로 카카오 데이터센터가 피해를 입으며 전국의 카카오 서비스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건은 카카오에게 “더는 임대 건물에 의존할 수 없다”는 강한 교훈을 남겼고, 이후 자사 부지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구축이 내부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했다.
이를 감지한 경기도는 지난해 9월 2일, 국제협력국 소속 김순본 투자개발팀장과 김형진 주무관을 카카오 본사에 파견했다. 카카오는 당초 경기남부와 타 시·도 여러 곳을 후보지로 검토 중이었다. 경기도 외 지역으로 갈 가능성도 높았던 상황에서, 이 두 사람은 “경기북부로 와달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당시 카카오는 “판교 반경 50km 이내에 전력공급이 안정적이고, 기업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첨단 산업단지를 원한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남양주 왕숙지구를 적극 추천하며 △경기북부 대개조의 핵심 대상지 △판교와의 거리(50km 이내) △전력공급을 위한 변전소 예정 부지 포함 △AI·데이터 산업 중심의 도시첨단산단 조성 계획 포함 등 4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이에 카카오 측도 “조건이 흥미롭다”며 첫 접촉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첫 접촉 후 단 7일 만인 지난해 9월 9일, 도와 남양주시, 카카오 관계자가 함께 왕숙지구 현장을 찾았다. ‘삼각 팸투어’가 전격 성사된 것이다.
카카오 측은 전력 공급 확보와 2026년 10월 착공 가능한 부지 조성 등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도와 남양주시는 이를 수용하고,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LH 등 관련 기관과 협의를 진행해 긍정적 회신을 받아냈다.
이 과정은 그때그때 박근균 국제협력국장을 통해 김동연 지사에게 직접 보고됐다. 사실상 이번 유치는 지난해 9월 10일 김 지사가 직접 발표한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의 정책적 흐름 속에서 시작됐다.
당시 발표한 4대 전략 중 하나가 ‘투자 유치 및 규제 개선’이었고, 김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남양주 왕숙 도시첨단산단을 비중 있게 언급하며 “유수 기업과의 유치 논의가 있다”고 귀띔한 바 있다. 그 기업이 바로 카카오였던 셈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카카오는 왕숙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 내 3만4000㎡ 부지에 6000억 원 규모의 AI 디지털 허브를 2026년 착공, 2029년 준공을 목표로 건립한다.
이번 AI 디지털 허브는 단순한 데이터센터를 넘어 △도민 우선 채용 △스타트업 및 시민 커뮤니티 공간 조성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지원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 등 지역과의 상생형 인프라 구축 모델로 설계될 전망이다.
김 지사는 협약식에서 “카카오 허브는 경기북부 AI 문화산업벨트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며, “경기북부 대개조에 후퇴는 없다”고 강조했다. 주광덕 남양주시장도 “카카오의 통 큰 결단에 특혜로 보답하겠다”고 화답했다.
도는 행정 로드맵으로 2025년 4분기 부지계약을 체결하고 2026년 3분기 인허가를 마무리하며 2029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투자유치는 김 지사가 지난해 7월 신설한 국제협력국의 첫 대형 성과다. 국제협력국은 경기북부 대개조와 ‘100조+ 투자유치 전략’의 교차점에서 민첩하게 움직였고, 기업 동향 포착→초기 접촉→부지 추천→협업 구도 구성까지 일사불란하게 진행했다. 정책과 행정, 실무와 전략이 맞물려 만들어낸 사례로, 경기북부 대개조의 첫 성과이자 모델 케이스로 남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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