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바닥 쩍쩍 갈라져" 삼표산업 채석장 현장 경고 '묵살'

제보자 "이러다 다 죽는다"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토목지질공학자 이수곤 전 교수 "경고 귀기울였다면 예방 가능한 사고"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채석장에서 중장비 기사로 근무한 바 있는 A씨 지난달 25일 오전 찍은 사진. A씨에 따르면 붕괴사고 며칠 전 현장의 모습으로, 균열이 발생한 지점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 뉴스1

(양주=뉴스1) 이상휼 이윤기 기자 = 3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 매몰사고 발생 나흘 전 현장 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균열 현상이 일어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본 내부 직원이 지속적으로 무전기 등으로 현장 관리자들에게 '이러다 무너지면 다 죽는다'고 경고했지만 묵살 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직원 A씨는 지난 25일 오전 7시40분께 현장 바닥이 갈라지면서 균열이 일어난 것을 목격했다.

A씨는 곧장 현장 관리자와 무전기로 이 상황을 알리고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같은 정황은 A씨가 자동녹음한 현장 관계자들과의 휴대전화 통화내용 등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강행했고, 결국 나흘 뒤인 29일 오전 10시9분께 균열이 일어난 장소에서 붕괴가 일어났다.

A씨는 지난 6일 오후 뉴스1 취재진과 만나 사진의 촬영시간과 촬영위치를 상세히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균열이 발생한 지점이 붕괴됐다.

A씨는 "나는 동종업계서 30여년간 근무했고, 중장비 기사로 정식 경력은 25년째로 전국 각지의 현장을 다녀왔다. 다른 현장에서는 근로자가 위험 상황을 감지하고 경고하면 작업중단을 지시하고 안전조치부터 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삼표산업은 듣지 않고 오히려 나를 괴롭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균열 뿐만 아니라 지난해 6월께부터 지속적으로 현장의 안전사고 위험에 대해 경고해왔다고 한다. 그는 회사 관리자와 삼표산업 감사부서 관계자에게도 사고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묵살 당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A씨는 "현장 안전문제를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했더니 나를 '말이 많은 사람'으로 치부하면서 관리자가 이른바 왕따시켰다. 점심 식사 시간에 작업장에서 나만 빼놓고 차를 태워 식사하러 갔고 나는 1km 걸리는 식당까지 걸어다니면서 끼니를 해결하고 부랴부랴 일하는 등 휴식시간이 없었다. 그런 나를 불쌍히 여겨서 남몰래 차에 태워주곤 했던 사람이 이번 붕괴사고로 숨진 B씨(50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개월간의 따돌림 끝에 A씨는 지난달 17일 중장비 기사에서 '신호수'로 전보 조치됐다. 부당인사 아니냐는 질문에 회사 측은 "A씨의 직무수행능력 부족으로 인해 신호수로 전환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나는 수십년간 전국 어디에서도 업무능력을 인정받아왔다. 나를 아는 그 누구한테 물어봐도 내 업무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숨진 3명 모두 현장에서 천공기(바위 뚫는 기계)로 작업을 해왔고 묵묵히 일만 하던 사람들이었다. 숨진 C씨의 경우 결혼을 앞두고 있어 1월30일자로 퇴사할 예정이었는데 그 변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을 상대로 이런 제보를 하면 블랙리스트에 찍혀서 다른 사업장에서도 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현장의 상황을 알리고 싶어 제보한다"고 말했다.

토목지질공학자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A씨가 촬영한 사진에 대해 "재난안전예방대책을 위해 매우 중요하며 여러 가지를 시사하는 사진"이라고 강조한 뒤 "재난을 예방하려면 현장에 답이 있는데, 실제로 예방할 시스템이 없거나 작동을 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 전 교수는 "35년간 전국의 수백개 현장을 살펴보고 사고원인을 조사해온 결과 내린 결론은 재난은 미리 막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거의 모든 재난사고는 발생 이전 두 부류의 재난예견자가 있다. 민원을 제기한 주민, 현장 근로자가 그들이다. 이번 사고도 현장 근로자가 미리 균열을 봤고 경고했지만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장 작업자는 이론적으로는 몰라도 경험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의견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면서 "A씨는 공익제보자로서, 고용노동부와 경찰 및 행정부는 그를 보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를 '중대재해처벌법 1호'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을 명분 삼아 몇 사람 처벌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재난재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daidalo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