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버스사고’ 회사 차고지 찾았더니…

'경부고속도로 졸음운전' 버스사고를 낸 기사 김씨가 근무한 오산시의 운수 회사. ⓒ News1 권혁민 기자
'경부고속도로 졸음운전' 버스사고를 낸 기사 김씨가 근무한 오산시의 운수 회사. ⓒ News1 권혁민 기자

(오산=뉴스1) 권혁민 최대호 기자 = 11일 오전 11시 30분께 '경부고속도로 졸음운전 버스사고' 운전기사가 근무했던 오산시 소재 A교통회사 차고지.

이 회사 기사들 및 관계자들은 사고를 낸 동료에 대한 안까타움과 씁쓸함이 표정에 묻어났다. 차고지에 주차돼 있는 버스들은 쉴 새 없이 나갔고 운행을 마친 버스 기사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취재진의 방문에 노조지부장은 "정부에 건의할 사항이 있어 취재를 요청할 때는 쳐다보지도 않더니 사고가 나니 너무 과하게 찾아온다"며 다소 상기된 말투로 말했다.

지난 9일 오후 2시40분께 서울 서초구 원지동 경부고속도로 서울방면 415.1㎞ 지점 신양재나들목 인근에서 이 회사 소속 김모(51)씨가 모는 버스가 버스전용차로가 아닌 2차로를 달리다 앞서 가던 K5 승용차를 들이 받았다.

이 사고로 K5에 타고 있던 50대 부부가 숨졌다. 사고는 다중추돌로 이어져 모두 16명이 다쳤다.

회사 관계자들은 10년차 베테랑 기사인 김씨가 낸 사고 원인에 대해 '부족한 휴식시간'을 꼽았다.

근로기준법상 하루 근무시간은 8시간이며, 보통의 버스 회사들은 1일 일하고 1일 휴식하는 체계다. 그러나 사측이 요구하면 추가근무를 해야한다. 김씨는 이곳에서 2일 일하고 1일 쉬는 방식으로 근무를 했다.

운수업은 근로기준법상 예외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응하지 않으면 배차지시 위반으로 기사에게 부당함이 돌아가는 구조다.

김씨는 8일 오후 11시30분께 차고지에 도착해 운행을 마감했다. 오전 5시 첫차부터 꼬박 18시간 30분간 운전했다. 오산-서울을 6번 왕복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7시15분에 다시 버스가 있는 차고지로 와 운전대를 잡았다.

9일 오후 2시 46분쯤 서울 방면 경부고속도로 양재나들목 인근에서 버스와 승용차 등 8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119 구조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광역버스 운전사의 졸음운전으로 추정되는 이 사고로 승용차에 탄 신모(58)씨와 부인 설모(56·여)씨가 현장에서 숨졌다. (소방재난본부 제공) 2017.7.9/뉴스1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령에 따르면 기사들은 운행 종료 후 8시간을 쉬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씨는 운행 마감 후 출근시간만 봐도 8시간을 채 쉬지 못했다.

기사들은 노선 운영 종료 후 버스 청소와 요금통 반납 및 주유, 그리고 집까지 갔다 오는 시간까지 합하면 김씨가 5시간도 채 쉬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씨 역시 경찰 조사에서 "5시간 정도 잤다"고 진술했다.

김씨가 운행한 오산 갈곶동에서 서울 사당역까지 왕복 운행시간은 약 2시간 20~30분이 소요된다.

이날 낮 12시10분께 차고지에 도착한 한 기사는 다음 운행시간이 오후 1시5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점심식사를 하고 운행에 필요한 부분을 준비하다 보면 쉬고 나갈 시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길이 막혀 차고지로의 회차 시간이 늦으면 시간은 더 줄어든다고 했다.

회사 관계자에게 '기사들의 휴게 시설은 잘 돼 있느냐?'고 묻자 "좋진 않죠"라는 짧은 답변만이 돌아왔다.

이날 이곳에는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회원 5명이 찾았다.

김씨가 일한 회사의 근로 환경 및 개선할 부분을 조사한 뒤 오는 14일 국토부와 예정돼 있는 버스 운송자 회의에서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버스 운전기사의 휴식시간이 10시간 이상은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만 순수하게 8시간을 쉴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치사·치상)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9일 오후 2시 46분쯤 서울방면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맞은편에서 버스와 승용차 등 6중 추돌 사고가 발생해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SNS) 2017.7.9/뉴스1

hm07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