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화재 출동 헬기 조종사 "인명구조 위해 불길 뛰어들었다"

"헬기 바람 논란에 답변하고 싶지 않아"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10층짜리 아파트 화재현장 주위로 경기도 소방 헬기가 선회하고 있다2015.1.10 ⓒ News1 박정호 기자

(의정부=뉴스1) 이상휼 기자 = "우리는 119구조헬기다. 긴급상황에서는 인명구조가 최우선이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 당시 출동한 헬기 조종사 A기장은 '헬기 바람이 불을 키웠다'는 주민들의 원성에 대해 말을 아꼈다.

35년 경력의 베테랑 조종사인 그는 지난 10일 오전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옥상의 주민 4명을 구조했다.

수원에 위치한 경기소방항공대에서 신고 즉시 출동해 15분 만에 현장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아비규환 불바다였다.

헬기를 발견하고 "살려달라"고 외치는 요구조자들을 향해 그는 더 가까이 다가갔고,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었다.

솟구치는 검은 연기 속에서 자칫하면 헬기조차 무사하지 못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A기장의 헬기는 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안아 올렸다.

A기장은 "긴급상황에서 인명구조를 위해 일신의 안위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고 있는 '헬기 바람'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헬기가 뛰어들지 않았더라면 세월호 당시의 해경과 같은 비난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 규정인 '고층건물 화재 진압시 이격거리 152m 유지'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고유 지리지형과 도시구조에 따른 규정일 뿐이다"고 일축했다.

'소방헬기가 어째서 물을 뿌리지 않았느냐'는 주민들의 원성에 대해서도 "대량의 물을 뿌릴 수 있는 소방차량이 진입했고, 헬기는 인명구조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0일 오전 경기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헬기를 동원해 구조 및 진화 작업중이다. 이 불로 현재까지 15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독자제공) 2015.1.10 ⓒ News1

아울러 의정부소방서 B팀장은 "화재로 안타까운 피해를 입은 분들이 헬기 바람 때문이 불이 커졌다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이런 상황이 안타깝지만 달리 반박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참사는 주차장의 차량 수십대가 불타면서 커진 화재다. 차량은 1대만 불이 붙더라도 (연료로 인해) 연기가 엄청나고, 차창과 문이 닫혀 있어 물이 내부에 안 들어가니 진화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정부 아파트 화재와 같은 경우를 우리들(소방관) 용어로 '연료지배형 화재' 또는 '환기지배형 화재'라고 부른다. 양주나 남양주 아파트 화재처럼 콘크리트였다면 확산되지 않았을 텐데 드라이비트 마감 공법도 불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이어 "소방차량이 불타는 건물 4면을 포위하도록 배치한 뒤 물을 뿌리게 되는데, 대봉그린의 경우 전철 철로와 주차난 때문에 진입할 수 없어 1면만 확보했다"고 화재 확대 이유를 설명했다.

B팀장은 "대봉그린은 말이 원룸이지 고시원 수준의 말도 안 되는 밀착집중형 건물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민들은 화재 발생 당시 헬기의 바람으로 인해 불이 커졌다고 소방당국을 맹비난한 바 있다.

daidalo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