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이사한 성남보호관찰소, 분당 주민들 ‘뿔났다’
주민 반대로 선입주 후대책 마련키로
학부모.주민들, 시위.항의 이어져
수원보호관찰소 성남지소(이하 성남보호관찰소)가 심야와 새벽시간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청사를 이전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과 큰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성남보호관찰소의 이 같은 기습 이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해당 지역 학부모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긴급 조직하고 이전 반대 투쟁에 나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7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247-2 코암빌딩 앞에는 각종 현수막과 함께 200여명의 여성들이 대오를 갖춰 앉아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이 초중학교를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로 성남보호관찰소의 분당구 서현동 이전을 반대하기 위해 모였다.
보호관찰소 이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5일 ‘보호관찰소 이전 반대를 위한 분당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긴급 조직됐으며, 6일 밤 500여명이 참여하는 반대집회가 열렸다.
이들이 이전을 반대하는 성남보호관찰소는 성남시 수정구 수진2동 옛 청사에서 4일 밤 현 위치로 이전했다.
관찰소는 분당구 구미동과 야탑동에 이전을 검토해왔으나 기피시설로 인식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관찰소가 택한 방법은 ‘선 입주 후 대책’이었다. 청사 이전은 4일 밤 자정부터 5일 오전 출근 시간인 9시 이전에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비대위는 5일 긴급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그 어떠한 설명이나 알림도 없이 보호관찰소가 분당 심장부 서현동으로 기습 도둑 이사를 한 것을 강력 규탄 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부천의 경우 7번의 주민 공청회를 통해 여론을 모았다고 하는데 분당은 주민 설명회 한번 없었다”며 “향후 벌어질 사태를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남보호관찰소가 이전한 곳은 분당선 서현역 역세권으로 주변에는 AK백화점과 롯데마트, 교보문고, 마사회, 메가박스 등이 밀집돼 있는 중심상업지구이다.
특히 서현역 일대에는 평일과 휴일을 막론하고 분당 소재 초중고 학생들이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장 많이 몰리는 지역이다
성남보호관찰소는 형기를 마친 성남·광주·하남지역 1400여명의 출소자를 대상으로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집행, 소년사범 선도업무 등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학부모 및 학생들 사이에는 괴담 수준의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SNS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서현중학교에 다니는 정 모양(3년)은 “전자발찌를 찬 사람이 보호관찰소에서 나와 전철을 타러 가는 도중 여중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이야기가 친구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박 모양(3년)은 “친구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러갔다가 옆자리에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냥 나왔다고 한다”며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성남보호관찰소가 흉악한 성범죄자들이 드나드는 곳이라는 소문이 학생들 사이에 퍼지면서 급속히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정 모씨(47)는 “도심 한복판에 보호관찰소를 이전하면 딸 가진 부모들이 불안해서 어떻게 자녀들을 내보낼 수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비대위는 현재 해당지역의 학부모회를 주축으로 참여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중계하며 다른 학부모들의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비대위는 이날 저녁 6시 성남보호관찰소 정문 앞에서 2차 대규모 반대 시위를 가질 예정이다. 이들은 서현중학교 정문에서 집결해 관찰소까지 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분당경찰서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30여명의 경찰병력을 성남보호관찰소 주변에 배치했으며, 이중에는 여경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비대위 관계자는 “11일에는 과천 법무부 청사 앞에서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며 “우리들의 관철되지 않으면 등교 거부 투쟁까지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성남보호관찰소 관계자는 “보호관찰소가 기피시설로 인식되고 있어 학교와 거리가 멀면서도 보호관찰 대상자가 교정을 받는데 어려움이 없는 장소를 선택해 이전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운영의 묘를 살려 지역주민들과 친근한 곳이 될 수 있게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벽을 이용한 기습 청사 이전으로 첫 단추부터 잘못 채운 성남보호관찰소가 과연 어떤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여론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또한 비싼 임대료를 지급해야 할 서현역세권인 중심상업지구내에 청사시설을 임차함으로서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모 중학교 반 대표를 맡고 있는 박모씨(43)는 SNS를 통해 “보호관찰소의 임차료가 월 4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며 “혈세 낭비에 대해 국민 신문고에 신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남보호관찰소는 호텔과 병원 사이에 위치한 코암빌딩 1층에서 3층까지를 임차했고, 그 면적은 1122㎡인 것으로 알려졌다.
jwp011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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