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무기징역…재판부 "평생 가석방 없이 영구 격리해야"(종합)

"극형 선고 옳지 않은가 고민…종신토록 참회시키기 위한 것"
유가족 "오늘 판결로 또 한번 죽었다"…검찰에 항소 요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장윤기가 30일 1심 선고 공판을 받기위해 광주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9.30 ⓒ 뉴스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박지현 기자 = 일면식 없는 여고생 이채원 양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장윤기(23)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기존 판례가 요구하는 엄격한 사형 선고 기준 등을 고려해 무기징역을 택했다. 다만 장윤기가 생존하는 동안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고 사회에서 영구 격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판결에 명시했다.

광주지법 형사13부(이정호 부장판사)는 3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장윤기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과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 10년도 명령했다.

"극형 선고 옳지 않은가 고민…종신토록 참회"

재판부는 장윤기의 범행 동기와 수법, 결과 등을 고려하면 사회에서 영구적으로 격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범행 이후 코인세탁실과 미용실을 이용하는 등 태연한 모습을 보였고, 수사·재판 과정에서도 진심으로 참회하기보다 상황을 모면하는 데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사형 선고 여부를 두고는 "극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고 옳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교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윤기의 나이와 전과, 범행 동기와 계획성, 재범 위험 등 양형 조건을 종합하면 사형을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1997년 이후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현실과 대법원의 제한적인 사형 선고 기준, 기존 동종 사건과의 형평성도 고려했다.

대신 재판부는 장윤기가 생존하는 동안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명시했다.

가석방 여부를 법원이 결정할 수는 없지만 이번 무기징역은 장씨를 "영구적으로 사회에서 격리해 수감생활의 고통 속에서 종신토록 참회시키기 위한 것"이며 "형 집행 단계에서 선처를 예정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장씨의 결박·납치 계획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시한 케이블타이에 대해서는 범행에 사용하려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차량에 케이블타이가 있었던 사실은 인정했지만 범행 당시 이를 사용하려 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결박 계획 부분은 인정하지 않고 케이블타이도 몰수하지 않았다. 이를 제외한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연갈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온 장윤기는 선고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방청석을 바라보지 않았다.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방청석에서는 유가족의 오열이 터져 나왔다.

유가족 "채원이 이름으로 끝까지 싸울것"…항소 요청
30일 여고생 이채원 양을 살해한 장윤기(23)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된 후 광주지법 앞에서 이채원 양의 어머니가 아버지와 함께 눈물 흘리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9.30 ⓒ 뉴스1 김태성 기자

유가족은 선고 직후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검찰에 항소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 양의 어머니는 "오늘 법원의 판결을 들으며 저희 가족은 또 한 번 죽었다"며 "꿈 많던 채원이가 마지막 순간 느꼈을 공포와 남겨진 부모가 평생 짊어질 슬픔을 재판부가 헤아렸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다면 단 하루의 감형이나 가석방도 불가능한 무기징역으로 강력범죄자를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가족 측 법률대리인은 "재판부도 피고인의 자백을 진정한 반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최종적으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며 "유족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에 항소를 요청하고 판결문을 검토한 뒤 피해자 부모의 입장과 양형 사유 등을 보강해 항소심에서 주장하겠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경찰의 사건 축소·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이 양 어머니는 엄벌 탄원에 참여한 10만 1019명에게 감사를 전하며 "오늘 판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사건을 은폐하려 한 모든 이들이 단죄받을 때까지 채원이의 이름으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30일 여고생 이채원 양을 살해한 장윤기(23)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된 후 광주지법 앞에서 이채원 양측 변호인단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9.30 ⓒ 뉴스1 김태성 기자

장윤기는 지난 5월 3일 아르바이트 동료인 외국인 여성을 지속해서 스토킹한 뒤 원룸에서 강간하고 약 12시간 50분 동안 감금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이 여성을 살해하려고 흉기를 들고 찾아다니다 피해자가 피신하자 다른 범행 대상을 물색했고 이틀 뒤 이 양을 차량으로 미행해 성폭행하려다 흉기로 살해했다.

이 양을 도우러 온 다른 고등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지난해에는 여성들의 신체를 7차례 몰래 촬영한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