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강간살인 유죄에도…'케이블타이' 납치계획은 증거 부족
차량 보관 사실 인정했지만 결박 시도는 인정 안돼
강간살인 등 모두 유죄…케이블타이는 몰수 않기로
-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여고생 이채원 양을 살해한 장윤기(23)의 결박·납치 계획을 입증할 주요 증거로 제시된 케이블타이에 대해 법원이 '범행에 사용하려 했다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차량에 케이블타이가 보관돼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피해자를 결박하려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 부분과 별개로 강간살인 등 장윤기에게 적용된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광주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이정호)는 3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윤기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이 요청해 변경한 공소사실 중 장윤기가 '피해자의 손목과 발목을 케이블타이로 결박하려 했다'는 부분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케이블타이에 대한 몰수도 명하지 않았다.
케이블타이는 검찰이 장윤기의 결박·납치 계획을 뒷받침하는 주요 증거로 제시했던 물건이다. 사건 담당 경찰관들이 차량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고도 압수하지 않았다는 의혹과 맞물리면서 수사 축소·증거은닉 논란에서도 주목받았다.
검찰은 앞선 공판에서 장윤기가 피해자를 제압해 차량에 태운 뒤 케이블타이로 손목과 발목을 결박하고 납치할 계획이었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장윤기가 지난해 12월 구매한 길이 40㎝, 너비 4.8㎜의 케이블타이 25개 묶음을 지퍼백에 넣어 차량에 보관한 점과 피해자를 태우기 위해 뒷좌석 문을 미리 열어둔 정황 등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장윤기 측은 컴퓨터 전선을 정리하려고 구매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은 채 차량에 둔 것이라며 범행 연관성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차량 조수석 문 수납함에 케이블타이가 든 지퍼백이 놓여 있었던 사실은 인정했다. 컴퓨터 전선 정리 용도였다는 장윤기의 해명 역시 신빙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그러나 범행 약 5개월 전 케이블타이를 구매할 때부터 강간·살인 도구로 사용할 목적이 있었다거나, 범행을 결심한 무렵 이를 차량 안으로 옮겼다고 볼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상황에서 케이블타이를 범행에 사용하려 했다고 인정하려면 현장에서 그 존재와 위치를 인식하고 실제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형성했다는 점을 객관적인 증거로 추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윤기가 피해자를 미행하고 범행이 용이한 장소에 차량을 세운 뒤 뒷좌석 문까지 열어두는 치밀함을 보였으면서도, 케이블타이를 지퍼백에서 꺼내 주머니나 뒷좌석 차문 수납함에 넣어두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는 점이 판단 근거가 됐다.
케이블타이가 닫힌 지퍼백 안에 든 채 조수석 문 수납함에 그대로 놓여 있었고, 이틀 전 다른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할 때도 이를 사용하거나 소지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했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오전 0시 10분쯤 전남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학교 인근에서 이채원 양을 살해하고,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자 고등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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