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참여 지자체들 한숨 깊다…왜?
'재정자립도 한 자릿수' 열악한 재정 속 지방비 부담 커
추가 인구 유입 시 전액 군비 부담…정부 분담률 확대해야
- 박영래 기자
(광주=뉴스1) 박영래 기자 =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참여 자문을 구하는 지자체에 참여하지 말라고 조언할 정도다."
올해 처음 실시된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인구 소멸 위기 지역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지만, 참여 지자체들은 심각한 재정난을 호소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정부는 내년 사업참여 지자체를 17곳에서 35곳으로 확대하고 정부 재정 분담비율도 40%에 50% 확대할 예정지만, 재정이 열악한 기초지자체의 분담비율은 25%로 여전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0일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농어촌기본소득은 인구 소멸 위험에 처한 농어촌 주민의 소득을 보장하고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다.
농업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농민수당과 달리 해당 지역에 실거주하는 모든 주민에게 1인당 월 15만 원상당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재정 분담비율은 국비 40%, 광역지자체 30%, 기초지자체 30%다.
사업 기간은 2026년부터 2027년까지 2년으로, 향후 성과 평가를 거쳐 전국 확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올해 시범사업 대상 지역은 전남광주 곡성군과 신안군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총 17개 군이 참여하고 있으며, 10개 군은 1월부터, 추가 선정된 7개 군은 8월부터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실제로 1월부터 기본소득을 지급한 곡성군과 신안군의 주민등록 인구는 각각 3.6%, 9.0% 늘어나는 등 인구 유입 측면에서 눈에 띄는 효과를 보였다.
이에 따라 담양·해남·함평·완도·장흥·강진·진도 등 전남광주 군단위 지자체들도 이르면 올해 말로 예정된 추가 공모를 적극적으로 준비 중이다.
그러나 제도의 긍정적 효과 뒤에는 지자체의 과도한 재정 부담이라는 그늘이 짙게 깔려 있다. 재정자립도가 한 자릿수에 불과한 군 단위 지자체 입장에서 연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세우는 것 자체가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
재정자립도 8.72%인 곡성군은 군민 2만 8000여명에게 매월 15만 원을 지급하기 위해 올해 15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말 시범사업 추가 선정을 준비 중인 강진군도 300억 원이 넘는 기본소득 예산을 편성해야 하지만 강진군의 재정자립도는 7.01%에 그치고 있다.
특히 사업의 핵심 목표 중 하나가 인구 유입임에도 불구하고, 사업 시행 이후 추가로 유입된 이주 인구에 대한 기본소득 지급액은 전액 기초지자체(군비)가 부담해야 하는 제도의 한계도 지적된다. 인구가 늘어날수록 지자체의 재정 압박이 오히려 가중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셈이다.
정부는 지자체의 반발과 요구를 수용해 시범사업 지역을 기존 17곳에서 내년에 35곳으로 확대하고, 국비 분담 비율도 현행 40%에서 50%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국비 지원이 확대되더라도 광역지자체 분담금을 제외한 기초지자체의 부담 비율이 25%에 달해 열악한 지자체 살림에는 여전히 버거운 실정이다.
한정된 지방재정이 기본소득에 집중될 경우 산불 피해 복구, 도로·상하수도 정비, 취약계층 복지 등 당장 시급한 지역 현안 사업들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자체들은 국비 분담률을 80%까지 확대하거나, 기초지자체의 분담률을 20% 이내로 낮춰줄 것을 정부에 강력히 건의하고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농어촌기본소득 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자체 관계자는 "농어촌기본소득이 지역 소멸을 막는 마중물이 되기 위해서는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농어촌 지자체들의 재정 부담을 대폭 덜어주는 전향적인 국비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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