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선물 가득 "부모님 빨리 뵙고 싶어요"…광주송정역 웃음꽃

"부모님 입꼬리 올리려 내려왔다"…선물 상자마다 담긴 진심

23일 오후 전남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에서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조수민 기자

(광주=뉴스1) 조수민 기자

"이번 추석만큼은 부모님 입꼬리가 귀에 걸리게 만들겠다는 각오로 내려왔습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전남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대합실.

개찰구 앞은 설레는 마음으로 고향을 찾은 이들을 마중 나온 가족들과 무거운 짐을 고쳐 매며 발걸음을 재촉하는 귀성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승강장으로 열차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멈춰 서자, 개찰구로 밀려 나오는 인파 속에서 저마다 양손 가득 커다란 선물 상자와 캐리어를 고쳐 잡은 귀성객들이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마중 나온 가족들은 목을 길게 빼고 출구 쪽을 주시하다가 반가운 얼굴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서로를 향해 두 팔을 크게 벌리며 달려가 꽉 껴안으며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역사 안은 끊이지 않는 인사와 바쁘게 구르는 캐리어 바퀴 소리로 종일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뿜어냈다.

역사 안을 가득 채운 북적임 속에서 포착한 첫 번째 풍경은 저마다의 각오를 품고 고향을 찾은 청춘의 모습이었다.

개찰구 기둥에 기대어 숨을 고르던 직장인 최민서(29) 씨는 양손에 들린 무거운 선물 상자들을 고쳐 잡으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최 씨는 "그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께 안부 전화 한 통 제대로 드리지 못해 늘 마음의 짐이 있었다"며 "이번 연휴만큼은 모든 걸 내려놓고 부모님 곁에서 온전히 시간을 보내며 살가운 아들이 되어드리고 싶어 남들보다 조금 서둘러 내려왔다"고 진솔한 마음을 전했다.

발권 창구와 무인발권기 주변에도 가족을 향한 따뜻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대합실 의자에 나란히 앉아 커다란 캐리어를 함께 붙잡고 있던 결혼 1년 차 부부 이진우(33)·한지혜(31) 씨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23일 오후 전남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에서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6.9.23 ⓒ 뉴스1 조수민 기자

이진우 씨는 "결혼하고 처음 맞이하는 추석이라 양가 부모님께 어떻게 인사를 드릴지 고민 끝에 이번에는 아내와 함께 처가와 본가를 차례대로 온전히 함께 찾아뵙기로 일정을 잡았다"며 "두 집 모두 소홀하지 않게 손을 꼭 잡고 함께 움직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지혜 씨는 "결혼하고 처음으로 부모님 두 분 다 뵙고 인사를 올리는 자리라 긴장도 되지만 남편과 함께 양가 어른들을 찾아뵐 생각에 마음이 든든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기차 승강장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앞에서는 또 다른 의미의 온기가 오갔다. 자식을 떠나보내는 부모들의 손길에는 아쉬움과 묵직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겼다.

손주들과 함께 역을 찾은 김순희(72) 씨는 떠나는 열차 창문을 향해 마른 손을 흔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씨는 "매년 있는 명절인데 자식들이 서울에서 살다 보니 이때 아니면 얼굴 보기 하늘의 별 따기"라며 "며칠 동안 먹이고 싶은 거 다 먹이고 트렁크마다 김치랑 반찬을 꾹꾹 눌러 담아 보냈는데, 막상 기차가 움직이니까 또 가슴 한구석이 울적할 것 같다"고 쓸쓸한 웃음을 지었다.

sum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