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 소리가 심장을 뛰게 해요"…유소년 야구 첫 여성 태극마크

서석초 주장 12세 최서윤, 대표팀 사상 첫 여성
"될 때까지 한다" 끝장 연습, 국가대표 꿈꾼다

광주 서석초 야구부 주장 최서윤 양(12)의 모습. (최 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야구공 잡는 손맛과 배트 소리가 심장을 뛰게 해요. 그리고 열심히 연습하면 못 하던 걸 할 수 있게 되니 스스로 뿌듯하고 너무 좋아요."

열두 살 소녀가 대한민국 유소년 야구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광주 서석초등학교 야구부 주장을 맡고 있는 악바리 최서윤 양의 이야기다.

최 양은 올해 6월 12세 이하(U-12) 아시아유소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됐다.

야구 대표팀 사상 최초로 '태극마크'를 단 여자 선수다. 최 양이 야구를 시작한 지 고작 1년 반 만에 이뤄낸 일이다.

첫 국제무대에서 최 양은 당차게 자신의 실력을 뽐냈다.

지난 8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제12회 아시아유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홍콩을 상대로 득점에 성공한 그는 이 경기에서만 2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1도루의 기록을 남기며 대표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수비에서도 좌익수 뒤로 넘어가는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잡아내며 제 몫을 다했다.

최 양은 "국가대표팀에 발탁됐을 때 실감이 나지 않았다"며 "설레고 기대되기도 했지만 '최초'라는 타이틀이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태권도를 전공한 부모님의 영향으로 서윤 양은 어릴 때부터 활동적인 환경에서 자라 왔다.

자전거를 비롯해 캐치볼과 축구, 피구 등 다양한 운동을 즐겼고 엄청난 승부욕으로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어머니 임수빈 씨는 "서윤이가 여섯 살 때 처음으로 자전거를 탔는데 처음 탄 날 보호 장구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연습해 결국 그날 자전거를 마스터했다"며 "말려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온몸이 땀에 젖을 때까지 타고 또 탔다"고 회상했다.

광주 서석초 야구부 주장 최서윤 양(12)의 모습. (최 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딸의 '악바리 근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임 씨는 서윤 양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지난해 취미로 야구를 해볼 것을 권했다.

그렇게 서윤 양은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처음에는 주말 한 차례, 3시간가량 훈련하는 취미부 활동이었다.

하지만 감독은 곧 서윤 양의 뛰어난 기량을 눈여겨봤고 선수부에 가까운 운동량을 소화하도록 훈련량을 늘렸는데 그는 힘든 훈련도 곧잘 따라갔다.

결국 야구를 제대로 해보기 위해 학교까지 옮겼다.

야구를 시작한 시기가 늦었던 만큼 서윤 양은 남들보다 부족한 부분을 따라잡기 위해 훈련이 끝난 뒤에도 아침저녁을 가리지 않고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지독한 연습벌레로 실력을 쌓아가던 최 양은 전학 온 지 6개월 만에 야구부 주장을 맡은 데 이어 올해는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최 양은 야구의 매력을 묻자 망설임 없이 말했다.

"공을 잡을 때, 그리고 정확하게 배트를 칠 때 그 손맛과 소리가 너무 좋다. 경기가 빠르게 진행되는 긴장감도 재미있다"며 "열심히 연습하면 못 했던 걸 하게 돼 뿌듯하고 실력이 느는 게 느껴진다. 잘 안될 땐 '왜 이걸 못 하지'하고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될 때까지 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최 양은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새로운 고민도 안고 있다.

여자 선수로서 계속 야구를 하기에는 관련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양은 야구를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다.

최 양은 "다른 여자 선수들이 저처럼 야구를 하다가 중학교 진학 시기에 그만두는 일이 많다고 들어 고민도 된다"면서 "그래도 계속해서 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눈앞의 목표도 분명하다.

그는 "짧게는 10월 열리는 KIA 타이거즈배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는 것"이라며 "길게는 여자 야구 국가대표팀에 들어가고 싶다. 미국 프로야구에도 관심이 있다. 여자 야구를 계속할 수 있는 경로가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바랐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