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더미' 상자, '치익' 테이프 소리…광주우편집중국에 찾아온 추석
평소보다 물량 87% 폭증에 분류 라인 풀가동
"몸은 고되지만 내 가족이 받는다는 마음으로 근무"
- 조수민 기자
(광주=뉴스1) 조수민 기자
치이익.
작업자가 택배 상자 위로 테이프 커터기를 내리긋자 날카로운 마찰음이 작업장을 갈랐다. 바로 옆에서는 컨베이어 벨트가 쉴 새 없이 돌아갔고, 크고 작은 상자들이 꼬리를 물고 밀려왔다.
추석을 사흘 앞둔 22일 오후 전남광주 광산구 쌍암동 광주우편집중국.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후텁지근한 열기와 함께 기계음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컨베이어 벨트 주변에는 전국 각지로 향할 택배 상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분류대 양쪽에 선 작업자들의 손은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상자에 적힌 주소를 확인하고 행선지에 맞춰 밀어 넣는 동작이 쉼 없이 반복됐다.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혔고 작업복 등판은 어느새 땀으로 짙게 젖었다.
올해 추석은 연휴가 짧은 만큼 한꺼번에 몰린 물량을 빠르게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광주우편집중국에 따르면 평소 하루 평균 9만7000여 통이던 처리 물량은 이번 명절 기간 87%가량 늘었다. 최근 3년간 명절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라는 게 우편집중국 측 설명이다.
밀려드는 택배에 분류라인은 사실상 전면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주부터 기존 인력에 임시 아르바이트 인력까지 더했지만, 벨트 위로 끊임없이 들어오는 상자를 따라잡기 위해 작업자들의 움직임은 더 빨라졌다.
한쪽에서는 포장을 다시 손보고, 다른 쪽에서는 주소를 확인한 상자를 행선지별로 밀어 넣었다. 상자가 벨트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테이프를 뜯는 '치익' 소리, 물량을 조율하는 관리자들의 목소리가 작업장 곳곳에서 뒤섞였다.
이곳에서 분류된 택배는 광주권과 나주·영광·구례 등 전남 각 지역은 물론 전국 곳곳으로 다시 실려 나간다. 그렇게 나뉜 상자들은 지역별 배송망을 거쳐 각 가정의 문 앞까지 향한다.
바쁜 손길 속에서도 작업자들에게 상자는 단순한 물건만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작업하던 박 모 씨(40대)는 잠시 손을 멈추고 "가족에게 전해질 소중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며 "몸은 고되지만 내 가족이 받는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차장도 숨 돌릴 틈이 없었다. 대형 트럭이 잇따라 들어오면 작업자들이 곧바로 움직여 물량을 내리고 다시 배송지별 상자를 실었다. 한 차량이 빠져나가기가 무섭게 다음 차량이 자리를 채웠다.
광주우편집중국 관계자는 "최근 근무한 3년 동안 명절을 통틀어 가장 많은 물량이 몰렸다"며 "연휴가 짧아 마음이 더 급하지만 반가운 선물이 늦지 않게 닿도록 손길을 하나라도 더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작업장 안에서는 다시 '치익' 하는 소리가 났다. 쌓였던 상자들이 하나둘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 누군가가 기다리는 추석 선물을 제시간에 보내기 위한 우편집중국의 하루는 그렇게 쉼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sum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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