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노점 '생존권' vs 3000세대 신축 아파트 '보행권'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노점 갈등…한 달 새 민원 100건↑
상인들 구청장실 찾아 항의…"함께 살 방법을 찾아야"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20년 넘게 반복된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노점 문제가 대단지 아파트 입주와 추석 대목을 계기로 다시 불붙고 있다.
자치구는 그동안 현장 계도와 과태료 부과를 이어왔지만, 노점 이전이나 판매구역 설정 등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주민들은 안전한 보행로를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상인들은 수십 년간 이어온 생계터전을 하루아침에 빼앗길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27일 북구에 따르면 운암동 북문대로 일대 약 450m 구간에서는 노점 30~40곳이 영업하고 있다.
채소와 과일, 생선 등을 판매하는 노점은 30년 전부터 형성됐다. 현재 상인 다수도 같은 자리에서 10년 이상 영업하고 있다. 이 일대 노점을 둘러싼 민원은 이전부터 반복됐지만 단속 이후 영업을 재개하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해묵은 갈등은 인근에 3214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가 지난 4월 준공된 뒤 본격적으로 표면화됐다. 대규모 입주로 보행자와 차량 통행이 늘면서 노점 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최근 한 달 동안 국민신문고와 구청장 직통 문자 등을 통해 북구에 접수된 관련 민원은 100건을 넘었다. 주민들은 노점 매대와 천막이 보도를 점유해 유모차와 휠체어 통행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물건 운반 차량이 도로 일부를 차지해 교통 혼잡과 사고 위험을 키운다는 민원도 잇따랐다. 생선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오수, 쓰레기 등 위생 문제도 제기됐다.
민원이 집중되자 북구는 올해 도로 점유 면적을 실측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단속 수위를 높였다.
올해 들어 운암동 노점상에 부과된 도로 무단 점유에 따른 과태료는 59건, 4280만 원이다. 지난해 7건, 185만 원과 비교하면 건수는 8배 이상, 금액은 약 23배 늘었다.
그러나 단속 강화는 상인들의 집단 반발로 이어졌다.
상인들은 한 차례에 적게는 50만 원에서 많게는 150만 원 상당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상인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200만 원이 넘는 과태료를 냈다고 호소했다.
10년째 과일을 판매하고 있는 최 모 씨(80)는 "하루에 10만 원도 벌지 못할 때가 있는데 100만 원가량의 과태료는 감당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장사를 할 수 있는 구역을 정한 뒤 이를 넘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관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지현 노점상 임시비상대책위원장(72)을 비롯한 대표단 6명은 최근 노점상 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신수정 북구청장을 찾아 과태료 부담을 호소했다.
비대위는 지난 11일부터 노점 존치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2500명가량의 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서명부를 북구에 제출할 예정이다.
기존 주민들 사이에서는 노점이 오랫동안 지역 장터 역할을 해왔다는 의견도 나온다.
운암3동에서 30년간 거주한 방대현 씨(80)는 "노점이 생기면서 장을 보기 편해졌고 주변 상가에도 사람이 다니게 됐다"며 "주민과 상인이 조금씩 양보해 함께 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구는 주민 민원과 상인들의 생계 요구 사이에서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점 단속 담당 인력은 4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들이 450m 구간 전체를 관리해야 하는 데다 행정대집행 등 강제 정비를 맡길 용역 예산도 확보되지 않았다.
판매 범위를 제한하거나 노점을 다른 장소로 이전하는 방안도 구체화되지 못한 상태다.
북구 관계자는 "대단지 아파트 준공 이후 통행 불편 민원이 급증해 법적 기준에 따른 과태료 부과 등 단속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며 "단속을 강화하면 생계형 노점상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단속을 늦추면 입주민들의 민원이 쇄도해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war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